(이미지 3) 맛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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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탑
길 모롱이 3 평도 안 되는
국수가게, 순자 씨의 대웅전이다
점심시간이면 쌓이는 탑
탑을 쌓기 위한 기도시간이 길고 경건하다
새벽 다섯 시, 농수산물 시장으로 발품을 판다
김치를 담고
변함없는 재료로 육수를 낸다
좋은 재료만 고집하는 고집과 땀이 그녀의 레시피다
열한시,
주문과 동시에 끓는 물에 국수를 던져 넣는다
한소끔 끓어오르면 찬물에 씻어 건져낸다
사리, 일생을 수행해도 어렵다는 것을 3분 만에 말아내는 저 손
지단과 김, 데친 부추를 얹어 국물을 부어 낸다
첫손님이 내는 천원짜리 석 장, 불전으로 따로 담는다
개수대위에 비워진 사리함이 쌓인다
감은사지 탑처럼
우람하게
쌓는 것은 사람들이지만 높이는 맛이 잰다
사이사이, 그녀는 쌓인 사리함을 허물어 닦는다
그릇을 닦는 것이 아니고
혹여 때 묻었을 자신의 마음을 씻는지도 모를 일
맛은 거울이다
국물 맛,
변하면 그 땐 그만둬야지라고 말하는 자신감, 바로 이 맛이다
한 그릇에 삼천 원, 너무 싸다
20%, 찾아준 고마움을 되돌려주는 거란다
장삿속이라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밉지 않다
시키지도 않은 사리에 김치까지 덤으로 낸다
배부르지만
맛나게 먹어주는 것이 죄 씻음에 티끌 하나 덜어내는 일
먹는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순자 씨! 잘먹었습니다
댓글목록
李鎭煥님의 댓글

국수 사리를 삶의 행실에 비유한 시,
향호 씨! 잘먹었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잘 말린 국수 한 그릇 후딱 훔치고 갑니다
그 맛나는 레시피가 그녀의 손맛이군요
감사합니다, 형님!
오영록님의 댓글

반갑습니다.// 맛 맛의 높이
맛의 종류// 맛의 량
ㅋㅋ 깊은 시심 잘 감상하였습니다.
金富會님의 댓글

그 국수 한 번 따듯한 마음이 녹아 ...국물이....좋겠습니다.
잘 먹고 갑니다. 김 시인님.
박커스님의 댓글

참 즐겨먹는 국수, 군침 넘어갑니다.^^
香湖님의 댓글

다녀가신 이진환님, 김태운님, 오영록님, 김부회님, 박커스님
발걸음 고맙습니다
국수 드신 분들 이천 원만 받을테니 돈 내고 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