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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을 불다 外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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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동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860회 작성일 15-07-1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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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팔을 불다



    나팔을 분다.
    사내의 노모가
    나팔의 관에 가지런히 누워있다.
    생전 노모가 산통을 느꼈듯
    사내가 태어나 세상에 첫 울음을 알렸듯
    나팔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노모가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젖무덤에
    안으면서 허리가 휘었듯
    사내가 나팔에 고동을 뛰게 하면서
    허리가 휜다.
    노모를 보고
    애써 박자에 맞춰 부르면
    흩날리는 재처럼 노모는 음표가 되어
    허공에 휘날리어 간다.
    입이 얼얼한 고통보다 진한 한 소절을 견디며
    나팔을 분다.




    남쪽하늘


    남쪽 산을 넘어오는 땅거미에 노을의 빗살이 뚝, 뚝 끊어지고 있었죠. 평생을 정적에
    불타 살다 정적으로 남아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나를 반갑게 반겨주는 당신이
    애써 웃는 모습이 담담해 보였는지, 아니면 눈물을 감춘 당신의 상복의 소매가 검은색
    이라 담담해 보였는지 알 수 없었죠.

    다그치듯 나를 밥상에 앉혀놓고 허둥지둥 밥상을 차려주며 산사람은 먹고 살아야한다
    고 일러주시더군요. 흔하디흔한 가벼운 위로조차 남겨주지 못하고 시간이 되어 자리에
    서 일어나자 당신이 배웅해주었죠.

    당신은 안개가 그득한 남쪽 산을 갑자기 바라보며 저 곳에는 무엇이 있냐고 물었어요.
    손가락으로 능선 쪽을 가리키며 안개인지 안개꽃인지 모르게 만발하면 바람이 잠시 쉬
    어가는 곳이라고. 땅을 보고 별들이 궤도를 그릴 수 있는 이유야, 라고요.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7-21 21:59:52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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