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파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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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눈을 감았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를 리필한 오늘이 있다
창에 부서지는 햇살도 어제와 같고
습기 머금은 공기도 어제와 같다.
어제 같은 오늘
그러니까 오늘은 어제의 리필
밤은,
어제를 리필하는 거대한 공장이다
한번의 밤이 지나면
식었던 태양도 리필되고
지나갔던 바람도 리필 되나
죽음은 리필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예측 못 할 그 시점까지는
열심히 나를 리필하여야 한다.
운이 좋으면
한 일주일쯤 끙끙 앓기도 하는데
그리 앓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날은
가을 끝물 투명한 피라미 몸통처럼
리필되지 않은 맑은 날이 기다린다.
그런 날이면
베란다 창틀에 피어난 작은 꽃잎이
리필된 삶의 눈물처럼 반짝이며
오늘 하루 저 긴 해의 목을
무엇으로 잘라야 하는 걱정대신에
몰아치는 바람에 헐거워진 나뭇잎이
여름햇살에 차츰 늙어가는 그늘에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커피를 마신다.
해서 나는,
죽지 않을 만큼 앓고 싶을 때가 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7-28 10:00:47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시를 잘 쓰시는 분입니다.
핑크샤워님의 댓글

활연시인님 다녀 가셨군요!, 시인님에게 칭찬도 듣고 추천도 받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분이 좋으니, 아마도 제가 시인님을 경외하고 있었나 봅니다/ 더욱 정진하라는 말씀으로 새기고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