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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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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레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85회 작성일 20-12-10 14:55

본문



우산

 

옷걸이에 매달려 책상을 마주보는 우산

 

동글게 말은 품속에 단단히 묶은 마음이 있다

 

사선으로 접힌 공간 속으로 손가락을 넣으면

 

젖은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당신이 나타날 것만 같은데,


 

우산은 고적한 사원의 둥근 지붕 같은 존재였지

 

우리라는 이름에게 허락된 낮지만 황홀한 사원

 

물방울 하나가 다른 물방울을 잡아당기듯

 

찰나에 빨려 들어간 블랙홀 같은

 

 

당신이라는 이름의 환각제에 취해

 

푸른 안개 위를 떠다녔던 몽환적인 나날들

 

어둑한 술집 탁자 앞에 있는 당신의 눈은 깊어

 

나는 종종 허공을 걷은 발이 되어

 

당신 눈동자 속에서 끝없이 걸어가곤 했지

 

 

버려야 편안해진다는 화두에 붙잡힌 당신은

 

스스로 몸을 접어 단단히 봉인했고

 

나는 당신을 되찾기 위해 버튼을 눌러보지만,



 

돌려주지 못한 우산은

 

책상 옆 옷걸이에 매달려 먼지를 입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2-18 16:24:5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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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profile_image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장난 우산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우산은 빗방울을 막아주죠
블랙홀을 이루지 못한 서운함 같은 것들을
정말 시를 훌륭하게 짓는 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물론 전 부터 알았지만요 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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