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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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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6회 작성일 18-08-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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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기

  활연




  공중제비 연마한 수병들이 뛰어내린다
  소금 갱도 뚫고 수면을 차고 뛰어올랐던 물비늘들
  막타워훈련 중

  창턱 너머 각진 그늘 흥건하겠다
  뿡빠라방 뿡빠라

  방은 어둡고 서가 책들은 피곤하다 옴무 나무는 비 오는 날 키가 더 자란다
  뿌리가 구경 나오기 때문

  야광귀가 신발을 훔쳐 달아난
  서른 겹 마흔 두릅 모두채 한낮은 조금 어두워도 된다
  물의 뼛가루를 뿌리고
  염습할 시간을 벽에 걸고 수음을 한다

  빗방울 구어체를 읽을 땐 입술이 생각난다

  등골 파인 자크는 누가 닫아주나
  어깨너머로 긴 팔을 드리운 흰 뱀
  여자는 거미줄에서 뛰어내리고 남자는 거미줄을 친친 감고
짐승빛거미류 밤을 울고 평생 타란티즘*을 꺼내 먹는 게 연애라죠
  명확한 발음처럼 이별은 쉽다

  실어증 앓던 하늘이 발음하는 소리 그리하여 갱도를 열고 지층의 시간을 적셔보는 소리
  고장난 문을 닫고 포근한 살집들을 꾹꾹 눌러담은 냄비에서
낭비가 끓어오른다

  사타구니에 웅크린 조그마한 오디 같은 슬픔을 만지작거리면 귀밑머리가
  밝아져 온다



* 타란트늑대거미에 물리면 타란티즘(tarantism)─울며 뛰어다니다 거칠게 춤추는 질병─에 걸리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9-04 11:00:24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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