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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66회 작성일 19-04-09 23:49

본문

집이 운다



아무르박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재개발 구역이나

재개발이 비껴간 단독주택단지나

원주민은 떠나야 한다


주인처럼 낡은 집들이 담벼락에 금을 긋거나

살이 불거진 철근은 붉은 피를 흘린다

덩달아 베어질지 모르는 늙은 감나무

언제 머리를 깎았는지 알 수 없는 포실한 소나무

너도 나도 아파트

신축빌라, 오피스텔을 원하는 사람들이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을 알까

은행문이 열리면 오전 한 때

객장이 순번을 기다리는 노인들로 경로당이 된다


토티캐슬 드림빌 중앙하이츠 파라다이스 리치빌

나이든 시어머니가 찾아 오기에는 어려운 이름이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한 뱃속에서 나온 오누이처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햇살을 나누었다

누가 더 행복하냐

그러면 뛰어나오는 말

18평형 24평형 32평형 형형


미분양으로 끝을 맺는 1층은 처음부터 주차장을 만들었다

하자 보수가 골치아픈 지층은 파지 않았다

누수와 냉해가 가장 많은 하늘 아래 첫 집

전망이 좋다

덤으로 옥상 텃밭을 준다

복층이다

삼겹살 파티가 가능하니 로얄층이다

누가 그런다

하늘아래 첫 집이 팔리면 분양은 완판이다


사 십년을 살아도 멀쩡했던 축대를 생각하면

지은지 삼 년이 지나지 않아 옥상에 물이 센다

사람이 집에 사는 줄 알았더니

집이 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4-11 15:19:23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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