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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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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주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3회 작성일 19-05-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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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바람이 불어야만 하는 가장 뜨거운 이유를

나비에게 물었다

하지만 꼬리를 흔들지 않았다

시간이 쌓아 올린 생의 변명들이

여름을 들추고 봄은 지나가고 있었다

꽃들은 먼저 피려 싸우지 않았다

흔들거리다 떨어졌고 붉게 울다 흩어졌을 뿐

우리들은 늘 싸웠고 늘 준비했다

땅속은 어둠 속에서 준동했다 그리고 견제하듯

하늘을 우러러 얼굴을 말렸다

꿈틀대는 지렁이처럼 울렁울렁

멀미가 차오르던 생의 정원이 저만치 흘러간다

몸을 말리던 구름이 잠시

시간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사이

환갑도 안 된 지인이 돌아갔다

쓸쓸함은 오늘도 어느 미망인처럼 셔터를 열고

문구들을 내놓았다 바람이 꽃 같이 분다

머리를 깎고 수염을 밀었다

따끔한 통증은 벌건 눈을 그리고

가판대 크레파스는 뜨겁다

낌새를 알아챈 나비가

갸릉갸릉 꼬리를 흔들었지만

우리는 다가가지 않았다

집사처럼 멀찍이 손만 흔들어 주었다

막 다가선 여름이, 바람이 불어야 하는 이유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5-09 13:25:4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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