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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대성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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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1회 작성일 19-09-16 00:03

본문




사람들이 위만 우러르며 걸어가는

노트르담대성당 광장 한켠.

어느 젊은 여자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를 연주하고 있다.

 

빌로드 속이 열린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투명한 동전 몇 개가 이미 뒹굴고 있다.

 

빨강머리 여자는 눈을 감고,

바깥

바이올린 활이 움직이는 동작 안쪽에 숨어 있다.

 

은빛 낚싯줄처럼 가늘고 예리한

선율이 투명한 구조물을 건축한다.

가늘고 예리한 것이

팔로 

바이올린을 괸 턱으로 

혈관과 굳은 표정을 지나 

적요한 광장으로 퍼져 나간다.


사람들이 그녀 주위에 모여든다. 

빨강머리 여자는 투명한 구축물 안으로 더 숨는다.

 

여자는 간이계단을 밟고 오르는 듯하다가도,

이마에 선명한

"運命!"이라는 붉은 화인(火印)을 감추느라 추락하곤 한다.

 

각혈하며 녹아내리는 젤라또를 들고

다른 손에는

읽혀지지 않는 신비로운 풍선을 들고

한 여자아이가 바흐 사이를 뛰어간다.


대성당이 

서슬 퍼런 세느강 물살 속으로

수직낙하한다. 

퐁네프다리로 향하는 물결 위에는

배 터져 죽은 비둘기 시체가

둥둥 떠나니고 있다.

 

네 개 을 넘나들며, 

빨강머리 여자는 노트르담대성당 광장 한 켠에서

흑인 어머니를 시취(屍臭)로 씻고 있었다.

이상한 과실의 음부 속에 

꼬깃꼬깃한 지폐 한 장 숨어 있었다. 

그녀의 초경혈(初經血) 속에서 헤엄치는 은어떼가

뼈째 씹어먹히는 소리.

광장은 적요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9-18 17:07:3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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