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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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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13회 작성일 19-09-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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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쓸쓸하다





빈 깡통을 꾹 찌그러 트리 듯

어떤 발 하나 머리 부터 발 까지

지그시 내려 밟는 그런 저녁이 있다


그렇게

구겨져 아무 모퉁이에나 버려지고 픈

기분이 있다


입안이 젖은 흙을 쓸고 가는 낡은 빗자루 같을 때


어떻게 너는 견디나 나는

술을 마신다


식당 이모가 놓고 간 소주잔을 들고

우리는 같이 수 십년 술을 마셨다

그 소주잔에 찰랑이던 별 같이 맑고 투명한

눈동자를 기억한다


아이가 지나가던 문 밖에 노인이 지나가고


저마다의 문을 여닫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어느 녀석의 잔에는 금가루가 소복하고

또 다른 잔에는 성경의 진리가 출렁거렸다

한 녀석은 권위와 눈치를 가만히 들어 올리고

또 한놈은 흙냄새 가득한 잔에 연신 코를 박는다

세상 모든 여자들의 웃음을 담은 잔을 든

녀석도 있었는데


시샘과 부러움으로 서로 잔을 바꿔봐도

그때 뿐


내 잔은 늘 부어도 부어도 휭한 바닥만

치고 올라 왔다


식당 이모는 소주잔만 던져 주었을 뿐이다


기적이란 시간의 과정이 삭제 된

일상의 평범한 얼굴


고개 끄덕이지 마라 너무 쓸쓸하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9-30 12:03:5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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