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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려(蝸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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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4회 작성일 20-02-28 11:00

본문

 

    와려(蝸廬)

                       동피랑

 

 

   꿈틀, 기어서라도 줄을 설래요

   분양이란 이름으로

   제발 제 발 밟지 마세요

   누가 알아요?

   맨발로 지구마저 사들일지

   그러려면 얘야,

   등짐을 내려놓으렴, 무겁지도 않니?

   어머니는 늘 길바닥에 반짝반짝 잔소리를 늘어놓죠

   저보다 더 큰 집채를 업고서 말입니다

   먼지가 일면 안테나를 세운들 무슨 소용

   잘만 하면 옆구리 은행을 끼고

   강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하늘로 부푸는데요

   프리미엄 여우를 두르고 벤츠를 타는데요

   나는 애인과 신나라로 가는데요

   친구들이 나를 통째 식탁에 올려본들 무슨 상관

   기회는 웃돈을 주고라도 꽃을 사는 거

   꽃자루는 튼튼한지, 꽃턱은 안 높은지,

   씨방은 몇 개인지, 지하철은 가까운지

   꽃 전문가에게 꼬치꼬치 묻는데요

   그러나 욕망의 부메랑은 되돌아오는 거

   벌과 나비들이 꿀을 빼 갔는데요

   개미들이 뿌리를 갉아먹었는데요

   세상은 나는 놈, 뛰는 놈, 걷는 놈 순

   기는 놈에겐

   기어코 등기 못 한 꽃의 저녁이 옵니까

   이자에 이자로 시든 그림자로 옵니까

   유찰될 때마다 꽃이 뚝뚝 떨어집니까

   탱자나무 아래 달팽이 한마리

   단칸방 태양열 주택 한 채 뿐인데요

   가시 담장도 촉촉한 느낌표로

   탱자꽃이 피는데요

   낮에도 희디흰 뭇별에 묻혀

   자기 한 몸 눕힐 수만 있어도 꽃인 것을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3-02 13:03:0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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