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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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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4회 작성일 20-07-24 20:59

본문



가을 동백 (大夏)

-벨라-

 

서해에서 달려 온 바람이

동백꽃 축제 소식을 흘리며 지나간다

 

바다를 바라보는 왜목마을

허술한 식당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불판 속,

하얀 소금밭 위에 등 구부린 채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대하들을 바라본다

 

불판에 열이 더해 갈수록

대하의 몸은

해풍을, 무른 거품으로 뱉어내고

파도의 시간을 선홍 핏빛으로 물들이며

한 입 두 입 피어나는 붉은 꽃 이파리들


계절의 등고선을 수없이 넘고 또 넘어

막막한 수심의 깊이를 가늠하고서야

텅 빈 몸속을 타고 올라가는

굵직한 물관의 소용돌이 만들었나?


꽃 이파리 한 장 피우려고

후려치는 해일의 채찍을 견디고

또 한 차례 파도를 타며

굽은 등줄기에 둥근 흉터를 남겼나


싹 틔우지 못한 꽃씨처럼 몸을 말아

솟아오르는 지난날의 격랑을

조용히 가다듬으며 더욱 붉어지고 있다.


이들에게

저 거친 바다는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였겠지만

파도의 지형도를 뼛속까지 새기며

드넓은 바다에서 곱사등으로 살다가


드디어 탐스럽고 붉은 꽃으로 피어난다

 

선홍빛의 꽃잎이 하나 둘 피어나는데

짙푸른 안개가 허공에 흩어지며

시큰하게, 눈두덩이를 붉게 물들인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7-26 12:48:3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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