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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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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644회 작성일 20-08-12 00:05

본문



내 유년의 장소 한구석 기와가 빨갛던 집이 있었다. 누가 살고있었던 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 집에 가려면 개울 하나 건너고 능선을 기어가 개 세마리 시체가 버려져있는 공터를 지나야했다. 


마침내 그 집에 도착했을 때는 언제나 내 무릎 위에 짓이겨진 구더기들이 붙어있었다. 기와에 덮인 이끼도 빨갛고 기와 틈새 자라난 버섯도 빨갛고 기와 위에 버려진 울새와 직박구리새 시체가 새빨갛던 집. 한번 사루비아꽃 속으로 기어들어간 배추나비는 거기서 나오지 않았다. 여름이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배추나비 수는 점점 더 줄어갔다.


그해 여름, 마을에 살던 아이들은 모두 병에 걸렸다. 한 아이는 간질병에 걸려 마을 한복판 정자나무 밑에서 발광을 하였다. 다른 아이는 병원에 갔다 주사를 잘못 맞아 몸이 청록빛 풍선처럼 부풀어 죽었다. 다른 아이는 높은 나무에서 뛰어내려 머리가 터져버렸다. 그해 여름 호박꽃은 노란빛깔이 몽롱하고 여름바람에 돋은 솜털이 다사로웠다. 등나무 넝쿨은 거친 입자 시멘트담 위를 기어올랐다. 자벌레가 느릿느릿 흙 위를 기어가며 검은 등이 작열하듯 달구어졌다. 


서늘한 그늘을 찾아 모여든 어른들은 왜 아이들이 한꺼번에 그렇게 병에 걸렸는지 어떤 황홀한 것이 그렇게 아이들을 고통의 극단으로 몰고간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들 이야기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8-13 15:03:45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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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난히 불게 피어 지천이던 사루비아가 떠오르는군요.
여름의 절정에서 빨간 유년의 기억을 살려내는 사실적 묘사가
손에 잡힐 듯합니다.
늘 쏟아지는 시심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건안하신지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댓글 감사합니다. 사루비아꽃과 호박꽃이 참 기억에 남네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쏟아지는 시심이라고 하기에는, 제 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경이의 눈이라고까지 말씀하시면 제가 오히려 부담됩니다.

석류꽃님의 시 잘 읽고 있습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석류꽃님 시를 보아온 것 같네요. 시의 순도를 높이 유지하시는 것이 늘 한결같으십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 적 등하굣길에 깨꽃의 꿀을 따먹던 기억이 솔솔 피어오릅니다. 시에 대해 아는 바 없지만 오래전 '쓰르라미 울 적에'라는 애니메이션 같은 신비와 환상 같은 기운을 느껴봅니다. 시인님께서 경험하신 것 위주의 사실적 표현의 생생함을 전달하시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을 들어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글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마다 환상과 신비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위의 댓글처럼 경이롭고 황홀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시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시라는 것이 제게는 아주 개인적인 것이거든요.
 
저는 경험한 것으로부터 재료를 얻지만, 사실적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재료를 구축해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지요. 위 시는 사실이라기보다 날건달님이 말씀하신 대로 환상입니다.

날건달님 시 잘 읽고 있습니다. 이미지가 또렷하게 잘 잡히는 좋은 시들이었습니다.
지난번 고백인가 하는 시를 올리셨던데, 약간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요, 혹 도움이 될까 해서 거기 댓글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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