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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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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레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34회 작성일 21-01-0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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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꽃

 

 

새벽을 지난 이슬이 찬바람을 게워내며 싹을 틔운다

계절을 돌아 찾아온 해를 본다


우수수 떨어진 낙엽이 봄을 기다렸지

겨울을 오래 앓고

나는 안개처럼 내려앉은 깊은숨을 들이마셔

파랗게 얼어붙은 꽃잎 속에서 잠들지 못할 이유를 찾아낸다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온도를 지켜주는 노란 동백꽃들

그 속에 밤이 끼어들 자리가 없구나

나의 낡은 무릎에 그리다 만 줄기가 남았다

겨울옷을 벗어야 할 시간

봄빛을 무두질하네

그들을 한데 묶은 바늘과 실

꿰맨 자국에서 석류처럼 붉은 피가 흐른다


마른 잎사귀에 수놓은 검은 바탕은 아물지 않는 상처

얼음을 조각해 한 겹씩 포개놓은 잎들이

꽃말의 의미가 다할 때까지 녹을 수 없어

지평선 너머로 불어오는 알알이 따가운 모래바람처럼

동백은 자라지 않는 나의 초상화

셀 수 없는 알갱이의 사정

울타리 속에 잠드는 꽃들의 심장박동 소리


봄의 오페라를 연주하는 벌들의 날갯짓이 풍경화를 낳았네


그물코로 빠져나간 거북이의 예감처럼

하얀 유화들은 온통 하나의 얼룩처럼 뒤섞여

가운으로 덮어 안에서 만개한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1-01-18 14:12:3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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