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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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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0회 작성일 21-02-02 09:44

본문

맨발


길은 맨발이 다칠까 조심조심 밟혔다.

아침마다 흙과 돌을 숨긴 사람들은 빗자루에 발을

숨겼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지만 숨겨진 것들만 

있었다.

밭고랑을 지나 강가에 앉았더니 진흙투성이 맨발에

마른 비늘이 생겼다.

비늘이 생길만큼 맨발이어야만 했다.

오랫동안 가슴도 비늘이 생긴 맨발이었다.

오랫동안 강은 굳은 입술로 조용하게 맨발로 흘렀다.

온몸이 맨발이던 때를 내내 생각했다.

꿈을 꼼지락거리던 순간부터 온몸이 맨발이었다.

사랑도 온몸이 맨발이다.

온몸이 맨발인 맨발과 맨발이 만나는 것이다.

온몸이 맨발인 강물 위로 온몸이 맨발을 

꼼지락거렸다.

까만 맨발이 꼼지락 거리다 걸어오기 시작했다.

모든 맨발이 까맣게 숨겨지기 시작했다.

눈이 맨발로, 가슴이 맨발로 그리운 맨발들을 

꼼지락거린다.

온몸이 맨발이었다.

어느 누구도 내 온몸의 맨발이지 못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나는 온몸으로 맨발이지 못했다.

생은 온몸이 맨발이다.

새벽의 강가에는 발을 숨긴것들만 있었다.

사람들은 맨발을 숨기고 집들은 사람들을 숨겼다.

은빛도 없는 강물만 맨발이다.

온몸의 맨발이 강으로 걸어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1-02-15 08:19:0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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