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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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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레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38회 작성일 21-02-04 12:48

본문



장이 서는 날

 

 

콸콸 옮는다 바람이 강변 벚나무에 ,

잎들 발가락 소란스럽다

 

새벽

시간이 접혀있는 눈꺼풀 속에 하루를 담아왔다

스란치마 끝 자락이 바람에 펄럭거리며 실타래 같은 물길처럼

몰려와 오일장을 세운다

품고 온 숟가락에 묻어있던 마을은 저마다

조약돌처럼 조금씩 빛깔이 다르다

 

오늘도 왔구나, 바람이 끌고 다니는 신발소리처럼

젖은 하늘을 걷어내던 아저씨가 비행기를 태워준다

 

바람이 벚나무 가지를 들어올리고

다음 장이 서면 어떤 바람이 벚꽃을 하류로 수혈할까

 

봇짐을 열어놓은 아주머니들

몇 마디 흥정이 나뭇잎처럼 졸졸 흐르고

나는 들풀로 피어난 밭둑 사이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폴짝 폴짝 뛰어다녔다

 

해질녘 그믐처럼 젖는 길, 바싹 마른 노을이 걷히면 사람들은 읍내 하나뿐인 슈퍼에 들러

잘 펴진 햇살을 사고 집으로 간다

장터에 펄럭인다 내일을 파는 손바닥이 깃발처럼

 

하루의 파장이 발목부터 적시고

벚나무가지에 비닐처럼 걸린 바람이 수면으로 되돌아온다

꽃배 한 켤레를 샀더니

들녘이 하류를 향해 팔랑팔랑, 접힌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1-02-15 08:24:0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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