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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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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상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5회 작성일 22-04-12 06:31

본문

폭설/유상옥

 

두 주먹을 불끈 쥔 고요가 길을 막는다

고요 속에 잠든 혼령들이 일렁이며 

생각의 오솔길을 장식한다

고요에 봄이 왔다

이 곳에는 사 계절이 없다 

고목에도 꽃이라 불러 주기에는 엉성한

봄놀이가 시작되었다

분위기가 무르익기가 무섭게

바람이 혼령들을 쓸어 간다

하늘이 문을 닫았다

도망갈 곳 없는 미친 동물이

벽을 물고 핥고 있다

자기 살이 하얗게 비늘처럼 흘러내린다

순교의 피가 터지고 나무들은 피를 받아 마시고

세상은 순식간에 무덤이 되었다

힘에 밀린 아침 노을은 이미 피를 감추고

산 너머 피난처 찾기에 바쁘다

언덕 하나가 산 채로 무덤이 되고 무덤이 아닌 것은 없다

인생이 무덤이라는 책을 읽어 보라

희망의 무덤에도 비석 하나 세우지 못하고

추억이 무덤으로 쌓이던 날처럼

손과 손이 하얀 편지를 주고 받고 다시 편지는 무덤이다     

언제였던가 무덤 편지에 꽃이라도 필까 돌아본

그리하여 다시 꿈 같은 무지개라도 피운다면

폭군이여 날개를 펴라 

하늘 문 열어 제치고 바람을 탄 백마가 되어라

날이 밝기 전에 새싹이 돋기 전에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4-16 08:30:3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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