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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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72회 작성일 22-05-22 23:47본문
숲
어두컴컴한 숲이었다 기약도 없이 날아온 소장처럼 예정된 시간에 앉아 바라본 심판,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미 굳은 몸으로 조명탄이 오르고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꼭꼭 묶은 밧줄로 숨소리를 죽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 소리가 마치 환풍기처럼 돌아가는 숲, 순간 다시 조명탄이 오른다 그때 순식간에 검은 그림자가 몰려왔다 피비린내 나는 숲의 습격, 옆구리가 훅 떨어져 나간 흔적과 쓰러진 병사들 모두 까맣게 타고 있었다 긴 코트를 입은 그림자 하나 다가온다 전형적인 호모 사피엔스였다 마른 몸매에 키가 크고 입을 가렸다 자세히 보면 입도 없고 코도 없다 오로지 두 눈과 두 귀만 보였다 그는 말을 하고 있었다 입을 놀리지 않았는데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결국 함께 갈 거라는 이상한 말만 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가운데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싸움은 계속되었다 좌우 대립 속에 수척한 거미, 실낱같은 절망을 믿으며 한 떨기 죽음을 당긴다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손목의 존재, 하늘을 다 덮어버린 침묵과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 물체의 착륙 긴 발톱 같은 세포가 내려온다 잠자는 귀신들 그리고 먹을 수 없는 오메가3 같은 캡슐들 어머니 젖줄 같은 관로가 끝없이 펼쳐진 공간, 망연자실하게 올려다본다 또 다른 무릎의 파괴와 또 다른 눈빛을 파고드는 두려움, 그냥 잊어야겠다고 젖줄 같은 관로를 도끼로 끊는다 아! 붉은 피, 끓어오르는 물방울과 타고 오르는 질문 이건 인간이 아니야, 저 비운 건물들 분명 또 다른 존재였다 그들은 어떻게 이 무덤에 닿았을까?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단한 문장가 혹은 대시인 같은 면모입니다
읽는 내내 감수성이 있는가 살폈습니다
[젖줄 같은 관로를 도끼로 끊는다]라는 부분이 클라이맥스인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무긍무진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활화산처럼 펄펄 끓어오르는 숲속에서 거대한 빙산을 마주하고 갑니다.
崇烏님의 댓글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grail200
콩트
두 분 시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