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그 소녀는 아직도 호수 속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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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255회 작성일 22-05-24 01:43본문
알프스의 그 소녀는 아직도 호수 속에 있을까?
흘러가던 빙하 녹은 물이 사파이어처럼
투명했다. 작은 교각 아래 콸콸 흘러넘쳤다. 카페 작은 테이블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면 수면 아래 저 깊이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따끈따끈 쌉쌀한 커피와 저 높은 데 협곡에서
불어 내려오는 햇살과 대기를 홀짝홀짝 들이마셨다.
부정한 소녀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로 몰아
저 상류 강 위에 던졌다. 마녀라면 물 위로 둥둥 떠오른다고, 물 위로 둥둥 떠오르면
마녀라는 증거라고, 입에 재갈을 물려 강으로 던졌다. 하지만
소녀는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라테 한 모금을 삼키며 그때
소녀가 임신했던 것이라 상상했다. 강물 안에서 소녀가 의태하여 그녀의 부푼
팔다리가 태아 형태를 닮아갔다고. 그리고 그녀 자궁 속 태아는
이렇게 내가 되어 강물 속을 들여다보며 어머니를
찾고 있다. 어머니, 사람들은 당신을 그리고 나를
저 끝없이 황막한 순수 속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시간은 교수대에 묶인 밧줄처럼
흘러갔다. 나도 당신도
저 강물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아이거 빙벽 예리한 바위의 결처럼 늘
차갑고 정결해야 한다. 내 귓속에 머물던 정적
나도 당신처럼 아직 저 호수 속에 있는 것일까?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 재미있습니다
마지막 대사가 최고입니다
[나도 당신처럼 아직 저 호수 속에 있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마녀재판을 받은 시인입니다
어떤 시인도 피해갈 수 없지요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저 시퍼런 빙하 녹은 강물을 담은 찻잔 속으로 풍덩, 빠져죽고 싶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그 강물 참 차갑습니다. 그리고 콸콸 쏟아지구요. 바라보는 것만으로 싸늘해지더군요. 감기 조심하십시오.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코렐리 시인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언제나 끊임없이 줄기찬 필력이 놀랍습니다.
저는 한줄을 붙잡고 한달을 해매고 있습니다.
늘 놀랍고도 세밀한 묘사와 시어들에 감탄하곤 합니다.
잠시 출근후 머물다 갑니다.
또 뵙겠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반갑습니다. 작은미늘barb님 좋은 시 꼭 기대하겠습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품 속에 푹~ 빠져들기엔 오랜만 느끼는 감정이네요. ㅎㅎ
좋은 시에 머물다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코렐리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