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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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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9회 작성일 22-05-2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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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을 거닐며



대숲으로 간다 

물안개가 몸 푸는 하늘호수에  

자욱하게 지저귀는 햇발들 

굵은 뼈마디가 툭 튀어나온 

끊어진 마디마디 더듬거릴 때면 

볕 속에 허우적거리는 부나비들 

향기 따러 길을 나선다 

어깨를 짓누르는 사위의 표정들  

잘려나간 중생의 죽지 위에 

누구의 짐짝 인지도 모를 

먼지 풀풀 나는 산길을 짊어지고 

대숲으로 간다

이 황홀한 절기에  

노란 후박나무 꽃이며 

박하사탕을 쐬기로 박아놓은 배꽃이며 

가파름의 기울기 따라 비구의 언성이 

풀풀거린다 

가끔 눈칫밥도 필요한 거야 

마른바람 불어오면  

너는 죽간에 시를 쓰고 싶다고,

대숲도 죽장에 삿갓쓰고

먼 길 떠나고 싶다고,

밑빠진 바람소리 거미처럼 깔린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5-26 08:42:03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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