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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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15회 작성일 22-05-26 01:11본문
아네모네
팜마켓(farm market)에 갔다가 수레 한가득 아네모네를 파는
여인을 만났다.
잘린 손가락들이 한가득
들어있는 바구니를 들고 선 흑인
소녀 곁에 그 수레가
있었다. 새빨간 물감이
뜨거운 여백 위로 세차게 뿌려지는
생명의
핏자국을 따라 달팽이가 기어갔다. "이 아네모네를 사 줘" 그
여인이 말했다. 대리석 결이 있는
거대한 껍질을 뒤집어쓰고 말이다. 새하얀 아네모네꽃들이
입을 크게 벌리고 앙앙 울기 시작했다.
총알자국이 커다랗게 난
그녀의 가슴 구멍으로
매캐한 마리화나 연기가 흘러나왔다.
"차가운 총구와 총알이 이미
여기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어."
쉰 목소리가 침을 한번 꿀꺽 삼킨 다음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아네모네꽃을 사는 대신 중얼거렸다.
"아프리카. 아프리카로 가자." 내 시계에는
예리한 시침과 분침이 있어 지금
정오를 가리킨다.
나는 다른 수레 위에 산처럼 쌓인
탐스런 딸기의 골반 젖과 꿀이
흘러가는 자궁들 밀림 속으로
비집고
들어간다.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서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솜씨가 보통을 넘어서는
내공이 보입니다
또한 성적인 묘사가
수치스럽게 느껴지지 않게
풀어낸 문장력에
감탄합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팜마켓에 갔다가 아네모네꽃을 파는 여인이 있었는데
생생한 꽂향기에 갑자기
전날 읽었던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생각나더군요. 꽃향기와 피비린내가 겹친다는
사실이 흥미로와서 이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