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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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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57회 작성일 22-07-08 00:01

본문

 가족사진



 낡은 서랍을 열자 철 지난 바닷가 가물거리는 그날의 하루가 노도처럼 밀려온다 


 어느 날엔가 아버지가 기름내 쿰쿰한 얼룩진 작업복을 벗어던지고 가불한 그날, 양장식 치마저고리를 입으신 외할머니와 주름살 구겨진 비로도 바지를 입으신 어머니, 검은색 교복에 늑골이 갈라진 검정 운동화를 신은 빡빡머리 형과 정수리에 범의 꼬리 같은 호랑나비 머리핀을 두 마리씩이나 자랑하고 다니던 새침데기 누이와 반바지에 시꺼멓게 무릎 까진 새하얀 면 스타킹을 신은 나,


 기억 저편의 하루는 동백섬에서 모래알로 반짝거리다 검붉게 흩날려 꽃물 들었다 푸른 파도는 콧물 질질 흘리며 허연 버짐이 더께더께 번져 있는 내 얼굴로 출렁거렸고 가제 손수건을 쏙 빼닮은 새털구름 조각들이 머리맡에서 날갯짓하던 그날, 


 빛바랜 캔버스의 흑백사진 속 풍경은 영원히 바래지 않는 낙인으로 찍혀 살아 숨 쉬는 내 생의 화석이 되었다 나도 이제 사진 속 아버지보다 더 늙은 아버지가 되었다 어제는 군 입대한 막둥이의 첫 휴가를 소실점 너머로 떠나보내고 돌아오는 길, 


 꽁꽁 얼어붙은 그 폭설의 길섶에서 무릎이 푹푹 가라앉는데 제비꽃을 닮은 내 아버지가 환하게 웃으시며 악어 등뼈보다 굵은 손마디로 연보랏빛 못난 내 등을 훑고 계신다 


 아, 그날이 오면 우리 네 식구 가족사진 한 장 찍어야겠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7-11 11:21:25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시를 감상하면서 문뜩 어릴적 부모님,형제와 찍은 사진이 생각나네요'
가끔 사진첩을 꺼내어 가족사진을 보곤 합니다.
아버지보다 더 늙은 아버지가 되었다란 문구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콩트 시인님.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폭염과 열대야를 동반하는
여름날씨에 많이 지치지만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인만큼
사이다처럼 청량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장희 시인님,
고맙습니다.~^^

崇烏님의 댓글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훈훈하게 사진 한 장 담아갑니다. 시인님
어느 분이 그러더군요. 거울을 들여다보니,
내가 있어야 하는데 엄마가 있더라고,
넘 놀랬다며 얘기하시는,

오늘도 건강하게 보내시고요....콩트 시인님,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젠 잘 지내셨습니까?ㅎ
늘 시인님의 시를 감상할때면
가슴이 먹먹해지곤 합니다
즐거운 토요일 보내시고요
더위에 건강관리 잘 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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