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저녁을 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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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68회 작성일 22-07-14 16:48본문
모두가 저녁을 먹지 않았다
삐이익삑 거리는 문을 연다 뒤집은 손잡이를 잡고 퀭한 눈을 당긴다 철이 함유되었다고 붙일 때 제법 돈 꽤 하던 바닥은 끊은 발목을 잡는다 둥근 로스터기가 나무 탁자 위 올려져 있고 좁은 폭 지나 90도 돌면 무작정 돌계단이었다 이럴 땐 누가 내 무릎 좀 깎아주었으면 싶고, 와이파이는 왜 안 터지는지 먹통에 필요 없는 먹줄만 챙겼다가 다시 내려간 목구멍 다시 철 성분이 제법 들어갔다는 마룻장을 밟고 치유하는 저녁, 은색 분쇄기의 손잡이를 애인이 잡아당겼다가 부러졌다며 우물거리는 저 배짱 분쇄한 커피를 포타필터에 담으려는데 뻑뻑한 힘이 줄다리기처럼 온다 유리통 마저 금 가 있어 조심스럽게 눕혀 보는 저 손놀림 밑동을 비스듬하게 보며 나사를 하나씩 당긴다 스프링 하나가 고꾸라져 있다 결국 통을 위로 올려 뚫어지게 보다가 더욱 문제는 윤활유 같은 베어링이었다 미끄덩한 손으로 베어링 하나를 잡아 돌리다가 다 닳은 베어링을 토해내는 조립식 믹서기 쉽게 갈 수 있는 날씨는 아니라는 사실, 다시 뭉그러뜨리며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으니 눈은 깜빡깜빡 콘센트 구멍이 또 문제다 팔뚝에 진득하게 묻는 커피 찌꺼기가 얼룩처럼 묻어오는 저녁, 새로 바꾼 분쇄기는 검은색, 당기는 손잡이만 저리 부드럽다 에스프레소 한 잔 뽑아 던지는 저 날렵한 미소 다 떨어져 나간 널빤지를 보여주며 문을 한 번, 석 밀었다가 당긴다 ‘그래요, 전 주인이 뭔 잘못이겠어요’ 손잡이만 뒤집으면 되는 일도 아닌 이 일, 바닥이 벽이 문이 오른손이 왼손이 닿는 어느 부위 할 것 없이 낡아서 구멍에 빠뜨려놓은 일 창틀에 판자로 붙여놓은 눈썹이 하염없이 땋는 노을길 모두가 저녁을 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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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심오한 시를 접하는 기분입니다
두 번에 걸쳐 읽었지만 속뜻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참 재미있게 감상하고 의문을 감추며 고맙다고 앞으로 기대가 되는 시인입니다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하루 잘 보내셨습니까?
메뚜기가 휩쓸어버린 초원처럼 오늘 저녁이 쓸쓸하게 다가옵니다.
오늘 밤은 꿈도 꾸지 않고 푹 자고 일어나 내일을 시작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가져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평안이 깃든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崇烏님의 댓글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grail200 시인님 감사합니다.
거저 일기와 더불어 시의 성질에 맞춘 졸글입니다.
동사에 주안점을 두고 읽으면 그리
나쁘지 않을 듯싶은데,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grail 200시인님
내일 출근을 위해서 일찍 들어갑니다. 좋은 밤 되시고요.
崇烏님의 댓글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덩달아 쓸쓸해지네요. 콩트 시인님,
안 좋은 일 있으시면 깨끗이 씻으십시요.
며칠 비 좀 시원히 내렸으면 좋겠는데
구름만 끼다가 젖혔다가 그러네요.
오늘 이리 머물러 주시옵고
마음 소식도 놓아주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구요....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난해로의 진입이 생명 활로를 꺽었는데도 문제 의식이 발로되지 않았습니다
난해하기 위한 영적 상태가 단순 사물 체험으로 역부족임을 체감하고서도 묵인하는 자행을 벌였습니다
방자함은 난해함이 내어주는 영적 형상으로의 몰입을 방해하는데도 순진무구한 아름다움 타령을 해댔습니다
'갑니다'라는 필사적 사필귀정을 조롱한다고 나선 이유를 석명하지 않았습니다
명필이 완성된 후 역치기 한다며 건 생명 소실 의지가 웃음으로 날려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