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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전령, 새가 날아오르다 / 아무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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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20회 작성일 15-07-06 17:09

본문

신의 전령, 새가 날아오르다 / 아무르박


비가 내리고
못의 연잎이 천 개의 하늘을 맺었다.
우리는 저마다의 하늘을 보고 사는 것처럼
밤이 되어도 어둠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 밤, 별은 없었다.

비가 개고
우주 삼라만상이 태양 아래 빅뱅을 했다.
어제는 저마다의 밤이 너무 깜깜했다는 듯이
하나의 태양을 품고 있다.
큰 물방울에 투영한 세상은 둥글게 맺었다.

새가 날아왔다.
신이 만든 창조물에 사신을 보낼 때는
새를 보낸다고 한다.
새의 말을 알아듣는 순수한 영혼들아
밤새 안녕하냐 묻고 있다.
낮에도 별을 볼 수 있느냐고 파란 하늘을 열었다.

아침 바람이 좋아요.
수국 아가씨가 꽃봉오리를 맺었다.
저는 어린 왕자를 만나러 가요.
장미꽃이 이별한다.
오늘도 좋은 하루 만드세요.
산딸나무 네가 그늘을 피해 남쪽으로 가지를 늘리고
좋은 아침입니다.
목련집 아주머니가 치마를 벗어두고 잎을 넓힌다.

나는 어제 아파트 계단에 앉아 밤이 늦도록
창밖을 보았다.
시가 쓰이지 않는 밤은 별이 없구나,
나는 외로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멀리 있었다.
나는 어쩌면 우주에서 불시착한
지구의 별똥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새가 날아올랐다.
신에게 내 안부를 전하러 가는 것일까
부처님, 공자님, 성모마리아 님, 하나님
당신들도 어제는 외로워서 이름을 나눠 보았습니까
제게는 배꼽이 있습니다.
부적을 믿는 어머니가 배에 붙어 있습니다.

아침 뉴스에 나오는 죽음들을 안타까워하는
맑은 영혼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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