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챙이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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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우연하게 한 단어가 떠올랐다.
“달챙이 숟가락”
초승달처럼 반쯤 닳아버린 놋쇠 숟가락.
아버지 숟가락도 새로나온 스텡숟가락 이었는데
달챙이 숟가락만 반쯤닳은 놋쇠숟가락 이다.
어릴적엔 부엌에 가장 쓸모없는 숟가락처럼 생각되어
엿장수 올 때 제일 먼저 챙겨서 엿을 바꿔먹으려던 그 숟가락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집에는 달챙이 숟가락이 몇 번 바뀌었다.
그러나 어머니께는 그 달챙이 숟가락이
맥가이버 칼처럼 유용한 도구 였던걸 커서야 알게 되었다.
무쇠 솥의 깜밥(누룽지)을 긁을때도
진 보라색 하지 논감자의 껍질을 벗겨
삭카린을 넣고 달달하게 감자를 쪄주실때도
달챙이 숟가락의 힘은 그 어떤 것도 대신할수 없었다.
어쩌다 달챙이 숟가락이 떠올랐는지는 몰라도
달챙이 숟가락을 생각하면
어머니가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풍파를 이겨내고
나이들어 작고 쪼끔해진 어머니 모습
초승달처럼 닳아버린
보잘 것 없는 반쪽짜리 달챙이 숟가락.
이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 청명한 가을하늘에 맺힌다.....
댓글목록
부엌방님의 댓글

처음 알았네요
달챙이 숟가락
껍데기만 살짝 잘 벗겨버리는 달챙이~~
알멩이 긁어버리면 혼났던 기억
놋수저
그래서 물에 잘 묻히고 긁어야 잘 벗겨졌던,
감자의 눈도 안파내서
꺼끌거려 뱉던 기억
운정님의 댓글

부엌방 시인님!
감사합니다.
부엌방 님 추억이 더
정겹네요..
이옥순님의 댓글

어릴적 감자를 끌던 숱가락 생각이 나는 군오
얼마나 많은 감자를 글었으면 반달 모양이 되었을까
지금도 감자만 보면 생각 나지요
잠시 어린시절 고향에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