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이 소리 /이 범동 > 영상시

♣ 다듬이 소리 

                  淸海, 이 범동

스산한 강 바람에
어스럼 달빛이 동창을 밝힌 초저녁
삼동서, 툇마루 다듬이 소리에
뒷동산 소쩍새는 장단맞혀 슬피 울고,

앞 냇가 푸른 시냇물 너울너울 춤출 때
세월 따라 달빛은 유유히 흐르고
사랑방 뭇사내들 시끌벅적한 웃음소리 흥겹다

홀몸 저녁상 설거지  
소매자락 채 물마르기 전에
시아버지 도포자락 맵시나게 윤기내려 
다듬이 돌 위에 명주(明紬)천 올려 놓고
넉두리 장단 맞혀 똑딱, 똑똑딱딱~
한풀이하듯 다듬이질에 날새는 줄 모르고,

손끝의 피멍 꽃피는 시집살이에
부지런한 엄마는 종종걸음으로 새벽을 열고
세속의 시름을 하나 둘 훨훨 털고, 휘어진 등 일으켜
노랫가락 흥얼거리며 쓰린 가슴을 텃밭에서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