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은 다 그렇고 그렇더이다 / 최명운 > 영상시

중년은 다 그렇고 그렇더이다
최명운 

이미 굳어질 때로 궂어진 중년의 이기심이지요 
좋게 말하면 개인적인 철학이지만 
남이 보면 
아무 데도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보일 겁니다 
우리 나이는 다 그런 듯합니다 
냉장고에 휴대전화를 넣고 집 전화로 찾고 
왼손에 지갑을 들고 오른손이 찾고 
자동차 열쇠를 손에 들고 다른 옷 주머니 뒤지고 
백을 어깨에 메고 장롱에서 찾고
비밀번호 잊어버려 현관문 열지 못한다지요 

모진 폭풍을 겪으며 정성껏 키운 꽃나무 
싹이 돋아 꽃을 피우고 
꽃이 진자리에 열매가 맺는 과정을 지켜보았지요 
그러나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미련으로 남는 거 같습니다 
인생이란 정답이 없는 듯합니다 
살면서 강한 의지로 끄떡없을 줄 알았지만 
세월은 중년의 마음마저 흔들어 놓습니다 
지혜란 어쩜 
아둔한 어리석음이 아니었나 돌이켜봅니다

우리 중년의 나이는 다 그렇고 그렇더이다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삶 
누가 이상한 말을 해도 날 몰라준다고 속상하고 
꽃을 보면 향기를 맡아보고 싶고 
슬픈 것을 보면 눈물이 나고 
배신이나 악의적인 것을 보면 의인으로 
저럴 수가 있느냐고 호통치고 싶은 마음만 젊음 
겪은 만큼 더 아픈 상처를 가진 중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