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가을에도 / 최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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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가을에도
최명운
처서 지난 장엄한 새벽 안갯속
몸속으로 파고들 듯한 한 기지만
인연을 끌어당기라기도 하듯
공간을 이용한 삶의 터전
풀 나무 엮은 거미줄에 이슬 맺히고
아침을 깨우는 산새 소리 청아하다
그 옛날 묵정밭에 풀어 놓은 염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우두머리 염소 목에 걸린 방울 소리 듣고
다 익어 고개 숙인 수수를 잘라
싸리나무로 만든 바지게에 담았었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아무렇게 자란 개똥참외와
인삼밭 가장자리에 심은
오이로 허기를 달랬다
한낮에 미루나무 그늘에서
수직으로 발달해 솟구치는 하얀 뭉게구름
높고 깊은 파란 하늘 속을 유영하다
잠이 들면
고추잠자리 콧등에 앉아 가을을 수놓았다
그때 지금보다 아름다웠다
고향에 그대로 있는 추억 늘 유혹한다
그 시절 순이 눈이 매혹적이었다
사랑하니 지켜달라든 너의 가녀린 떨림
영원히 그렇게 기억 속에 머물러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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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신광진님의 댓글

최명운 시인님 반갑습니다
아름다운 영상 시 멋집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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