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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형광펜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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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7회 작성일 24-09-27 20:26

본문

한밤의 형광펜

=김경주

 

 

    자음은 금방 고독해진다 노랑은 내 마음으로 지쳐가도 좋아 새가 죽으면 부리가 가장 먼저 파랗게 변해가는 것처럼, 물속의 자기 코를 들여다보면 오늘밤엔 물속에서도 코로 숨 쉰다는 해마처럼 잠들 수 있어 입술을 조금 지우고, 어린 시절 가족의 종아리 모양을 떠올려본다 새로운 단어를 발명했어 이 세상에서 가장 긴 선로를 놓는 철로공의 망치 소리들, 모음들을, 우리의 세계는 밑줄을 긋고 그 위를 산책하는 자들의 세계, 빈손으로 사로잡은 모기 몸 전체에 형광펜을 칠해주고 날려주듯이, 불화여! 가슴뼈여! 안부여! 캄캄하게 오시라 내 시는 비눗방울 속에 세 내어주기

 

 

   문학과지성 시인선 445 김경주 시집 고래와 수증기 95p



   얼띤 드립 한 잔

    이 시에서 다룬 시어 하나하나가 모두 상징이다. 우선, 다룬 시어 자음과 모음은 대치를 이루며 전자가 시 주체 후자는 시 객체다. 노랑과 새는 성질이 같으며 시 객체를 상징한다. 노랑이라 할 때 우리는 빛깔이나 색채를 떠올리겠지만, 노랑은 무섭게 밀려오는 큰 파도 노랑怒浪과 늙은 여자를 노랑老娘이라 하는 것을 볼 때, 더욱더 시 객체에 가까워진다. 부리는 새의 부리가 아님은 전에도 한 번 쓴 적이 있다. 부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겠다. 물속의 자기 코와 물속에서도 코로 숨 쉰다는 해마는 대조를 이룬다. 전자가 시 객체면 후자는 시 주체다. , 다른 말로 하면 고비며 비궁이다. 앞이 뾰족 튀어나온 부분을 코라 일컫기도 해서 상태가 봄이면 툭 튀어나올 듯한 어떤 징조를 예감케 한다. 해마, 바다의 말이겠다. 시는 언제나 바닥 닦음이라 여기며 늘 쓰는 행위를 주저하지 않는 일, 입술은 늘 안동소주였다. 어린 시절 가족의 종아리 모양을 떠올려본다. 소싯적 시를 쓰겠다고 하던 그 시절, 가족의 종아리 이는 씨, 핏줄, 근본 종에 나 아에 이치를 보는 듯하다. 그렇게 모양을 그리는 일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긴 선로를 놓는 철로공의 망치 소리들, 선로만 보아도 쌍이다. 견줄 수 있는 시적 자아와의 싸움이다. 철로공에서 시의 고체성과 꺾을 수 없는 고집이 보이고 여기에 노력까지 더한 거로, 보아 망치가 아니었으면 하지만, 밑줄에 지나지 않는 그 위를 산책한 자의 세계를 보는 일이었다. 모기는 모깃과의 곤충으로 보면 큰 오산, 모기耄期는 곧 죽음을 앞둔 아흔 살 노인을 일컫는다. 즉 모기는 불화이자 가슴뼈며 안부였다. 마치 비눗방울 속에 세내어주듯 나의 때만 벗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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