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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이사 =박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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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4회 작성일 24-11-2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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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박상수

 

 

    책장 사이 말라버린 꽃잎 떨어질 때, 침대 및 구겨진 폴라로이드 집어들 때, 미처 떠나지 못한 것, 당신 여기 있습니까? 더운 바람이 종아리 곁을 맴돈다 겨울 카페트 들어내자 풍장을 끝내지 못한 계절의 잔해

    선인(善人)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의 섭리로 다스려지는 공기, 그의 섭리로 다스려지는 내 조그만 화단에는 가볍게 흔들리는 봉숭아, 신열에 들뜬 얼굴로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돌아보면 짓이겨진 열매, 편지함 가득 들어 있고

    용서를 바라며 현관에 서서, 당신 여기 있습니까? 찢어진 벽지 뒤에, 텅 빈 화분 속에, 당신 여기 있습니까? 검은 상자의 창문에 못이 박힐 때, 깨어나지 못한 벌레가 꿈꾸는 이 덧없는 잠의 깊이.

 

 

   문학동네포에지 010 박상수 시집 후르츠 캔디 버스 17p

 

   얼띤 드립 한 잔

    자책과 자괴감이 든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도 다섯 번이나 겪었는데 삶은 여전히 변변치가 않고 내 주위는 온통 텅 빈 화분처럼 고독하다. 책장 사이 말라버린 꽃잎처럼 한때 봄은 있었다. 마치 즉석 사진 한 장처럼 남겨진 골목에 앉아 까마귀인지 까치인지 때 되면 우는 저 새만 바라보고 있다. 왜 나는 봉숭아꽃을 돌멩이로 짓이겨 놓았을까? 물들지 않는 돌멩이를 매일같이 집어 들고 잡을 수 없는 참새만 그리워했다. 용서를 빌기에는 너무 지저분하고 혼탁한 벽지일 뿐 진정 나는 어디에 있는가? 틀에 박힌 검은 상자에 아직도 꺼내 읽지 않은 소포가 끈 끈 매여 있기까지 하다. 언제쯤 나는 다시 깨어날까? 사는 게 아득해서 이사 간 그 사람이 순간 또 떠오른다. 섭화이생攝化利生이라 했다. 뭉뚝한 톱날이다. 무엇을 자르겠다고 덤벼든 게 우습기 짝이 없다. 기회와 포착 그리고 침착과 여유를 가져야겠다. 아직 죽지 않은 이상 삶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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