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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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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믐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36회 작성일 17-12-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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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



이상한 계절의 숨은 그림을 밟으며 지나가는 중입니다

봄 같기도 하고 가을 같기도 한

온대의 편도 이차 선 이면도로 위에는 쓸리지 않는 그늘이 있습니다


부사의 습관처럼 잘 벗겨지지 않는 과장된 표정 위에

말 껍질들이 각질로 자꾸 일어나는 핏기 없는 얼굴의 철학관 사내,


햇볕을 쬐기 위해 그가 걸어가는 길에는

낮 동안 닫혀 있는 야식집의 빛바랜 간판과 그 옆집,

비닐을 씌워 천정에 걸어놓은 옷들로 빼곡한 세탁소의 창

안애서 다리미질을 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부족한 빛이 그들을 비추는 짧은 오후,


잃어버린 인생행로를 묻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철학관과

낮에는 항상 닫혀 있는 배달 전문 야식집 사이,


참 시끄러운 세상에 살면서

늘 고요하기를 바라는 은둔자의 얼굴로 사내는

낮달처럼 보일 듯 말 듯

세탁소 창 안을 기웃거립니다


옆구리 안감 어딘가에 붙어 있는 여벌단추처럼

여자는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헐은 마음자리를 꿰매듯 생의 바늘로 재빠르게

낡은 기억의 헌 솔기를 누빕니다


숨은 그림 같은 사내와 여자

투명한 거미줄 위의 위험한 보행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자꾸 눈에 밟히는 길 

안의 길들을 읽으며 걸어가는 중입니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2-23 23:39:23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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