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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10회 작성일 18-12-3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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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짐승같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남해의 밤이다. 짤랑짤랑 금빛 방울에서는 금빛 홍수가 쏟아나오고, 은빛 방울 속으로는 목놓아 우는 파도가 기어들어간다. 동구 밖 당산나무 가지는 죄다 검다. 쏜살같이 질주하는 밤하늘이 환하다. 어머니 눈꺼풀 안에 동공보다 또렷한 심지가 섰다. 흐릿한 불이 붙느라 펄럭이는 빈 은하수 휘청인다. 내 몸이 비어 입술이 무겁다. 당산나무 가지가 다른 가지들 향해 서로 증오하듯, 갈구하듯 뻗어오른다. 첨벙! 양수같은 비릿한 물이 보랏빛 알몸에 튀기도 한다. 어머니가 장막을 걷으신다. 어머니가 빙그르르 크게 돌며 춤을 추신다. 쭉쭉 퍼지는 옷자락 닿자, 즈믄 별들이 하늘 경계까지 쫓겨간다. 하우(夏雨)에 검은 바위가 쑥쑥 죽순처럼 자란다. 밤바다에 슬슬 풀려드는 빈 집, 요란하게 들썩이느라 발가락 짓찧었다. 어머니가 밤바다 위를 뛰어가신다. 섬 하나 딛고서 풀쩍 솟구치신다. 수십킬로미터 날아가신다. 또다른 섬 하나 딛고서 이번엔 더 멀리 도약하신다. 날아가시다가 밟을 섬이 없으면 쾌속의 샛바람에 섞여 가신다. 어머니 닿는 섬 하나에 가난한 구름 하나씩이다. 가난한 구름 하나마다 그 아래 어머니 말라죽어 가신다. 모락모락 피어올라도 섬은 늘 보일락말락하다. 나의 왼팔과 오른팔은 각기 어머니가 다르다. 하지만 죽어 돌아갈 곳은 같을 것이니. 어머니가 밤바다 딛고 발을 한번 구를 때마다 소매물도와 아기장도에서는 아이들이 하나씩 마법처럼 태어난다. 섬노루가 새끼 한 마리씩 낳고, 새끼들은 꽃버섯이 되어 어둠의 아가리 속에서 으깨어진다. 예리한 운율의 제단에 발돋움하면 별들은 자오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좌우대칭으로 검은 것들이 늘어서 있다. 탯줄이 목에 감겨 질식한 아이가 목마르다고 파란 똥을 눈다. 다친 풀들이 어머니를 중심으로 우주의 원주율을 계산하고 있다. 금빛 방울에서 흘러나오는 시즙(屍汁)이 황홀하다. 해에서는 허리 잘린 물고기들이 투명한 빈 병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빈 병 안에서 사계절이 돌며 해묵은 상처를 새 상처로 치환한다. 칼날이 몸에 닿자 부르르 소름 끼친다. 나는 한번도 뜨겁게 사랑 받아본 적 없었다. 양수 뚝뚝 흘리면서 바위에서 태어난 수많은 청설모 새끼들이 바다로 걸어들어간다. 뼈가 꿈에 잠기자 살점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띵! 검은 수면이 흔들린다. 짤랑짤랑 어머니가 옷자락 거두어 들이신다. 가까운 데서 먼 데서 섬들이 몸을 웅크리고 모여든다.  수많은 이승과 저승들이 모두 그저 작은 섬들일 뿐이었다. 연꽃같은 어머니에게 홀려 모여드는.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1-03 16:11:37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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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붉은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붉은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끝연의 마무리가 참 좋습니다.  언제나 마음을 끌어 당기는 시어가 부럽습니다 자운영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좋은 "시" 많이 올려주십시요~^_^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런데 저는 마지막 마무리를 너무 통속적으로 한 것이 아닌가 걱정되서요.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세상 만물을 포용하는 신비한 어머니를 그려보려 하였는데, 연꽃 닮았다 한 마디로 적는 것은 좀 용두사미인 것 같습니다.

부엌방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부엌방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해 수 많은 좋은 시를 쓰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그 열정에 감동을 하였습니다
내년에도 많은 아름다운 시
계속 되겠지요^^

얼마나 수고 하셨는지
올한해 시가 말하고 있습니다
존경합니다

자운영꽃부리 시인님^^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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