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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美人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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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19회 작성일 20-01-30 19:47

본문

 


너는 어디에서 마음을 닫았니? 

산의 높고 낮은 능선과 부드러운 구릉이 모두 너의 옷자락인데.


네가 가는 마을마다 모두 밤이어서, 

차마 너를 부르지 못했다. 


달빛으로 채워진 마을을 너 혼자 걷는다. 


동백꽃 빠알갛게 흔들리는 어둠 속을, 

너 혼자 울며. 


지붕마다 가득 가득 고인 적요. 담장 너머 몸을 일으키는 교목들.


너 혼자 후박나무 잎들 사이 

바람으로 스러지기엔, 

이 밤이 너무 그립지 않니?


잎들마다 널 닮은 고운

잎맥 아로새기고, 


어둠 속에 숨어 네 영혼을

엿듣지 않니?


그것은 푸른 너른 자락같은 것이어서,

어둠 안을 펄럭이다가, 

지쳐 주저앉은 새끼새들을 일으켜

둥지 안으로 보내주다가,

꺾인 나뭇가지마다 사슴의 피를 묻히고 혼자 

생각에 잠기는 것이니.


바스락거리며 달빛 안으로 몸을 주고,  

투명한 물의 표정을 얻는  

네가 아니었나.

나는 네 표정에 비치는 나를 보며,

이 밤을 황홀해 한다.


이 어둠 안에는 실은 모든 빛깔과 음영이

숨어 있다고,

나는 이 모든 빛깔과 음영이 

언제나 슬픈 네가 안주할

집이 되길 바라며 그림 그린다. 


나는 언제 흘러가는 석간수가 되었나?

맑게 네 손과 발을 씻어주지 못하고,

하얀 천으로 얼굴 감싸며

흙 속으로 스며드는.


그러면 달빛 속으로 하얗게 솟은 

바위마다,

너는 쓸쓸한 미소 지으며 눈부신

시를 쓴다.

그중 가장 슬프고 투명한 꽃을 따다가

내가 지나가는 땅 속에 뿌려주렴.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2-02 11:03:4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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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옥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옥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부리 시인님 반가워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이 아니고
제가 사는 이곳 풍경을
바라보시며 써내려 가신듯
황홀한듯 말려 들어가 봅니다
잘 머물고 갑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풍경을 적어 본 것인데, 실제 그런 곳이 있다니 참 놀랍네요.
과연 어떤 곳일지 궁금합니다.

실은, 아픈 몸 추스리며 매운 지조 있는 시를 쓰시는 여류시인에 대해 시를 써보려고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제게 영감을 주는 시를 쓰시는 분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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