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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문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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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98회 작성일 20-11-17 17:50

본문

아폴로 문방구





달도 없고 우주선도 없고 닐 암스트롱도 없었지만
손금처럼 많은 별들이 빼곡이 진열되어 있던 곳.

가난하고 어렸던 내가
크레파스 한 통 고르다 눈알이 빨개질 때면
살래 말래, 주인아저씨 다그치는 말,
가게 입구의 플라타너스가 다 받아주곤 했다.

지금은 경양식집으로 바뀌어 흔적 없고
다만 골목의 기억 속에만 남았다.

플라타너스는 뿌리 채 뽑혀 트럭에 실려 갔고
주인아저씨는 바람난 이후 바람처럼 어디 먼 데로 갔대나,

옛것 다 사라지고 없는 내 초등학교 앞을 아직도 오가는 155번 버스,
아폴로가 날라다 주던 별들을 아직도 싣고 다닐라나
버스 정류장엔 달 착륙의 순간보다 더 엄숙한 발들이 내린다.

골목은 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나는 아무도 기억치 않는 것들을
골목의 어두움 속에서 찾고 있다.

세상 가장 어려운 건 옛날로 돌아가는 일,
온전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일.

업 그레이드보다 다운 그레이드가 더 어려웁듯
날아오르는 날개짓보다 하강의 벼린 날개가 더 무서운 것.

달에 발 디딘 후의 지구의 삶이 더 어렵더라는 우주인의 말,
실없이 달과 골목을 기웃거릴 때에도
처음은 언제나 진심을 지키고 있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1-24 11:45:2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실 골목은 모든걸 다 담고 있어서 어려서 살던 동네를 찾아가 보면
돌아가신 할머니를 보듯 하죠. 문방구를 소환하여 동네 한바퀴를 하시는
시인님의 서정이 잔잔하게 다가와서 너무좋네요. 잠시 젖었다 갑니다.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항상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시 쓸 여유가 없었는데 어렵사리 올렸습니다,
뭔가 마음이 통한다는 건 참 좋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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