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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갑이 마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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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젯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635회 작성일 20-11-28 11:08

본문

한우 명가와 베트남 노래방 사이 짜투리 공터 

빨래 건조대에 겹쳐 널린 목장갑이 마르고 있다

냉동된 햇살 한 짝을 벌려놓고 움켜 쥔 칸 칸으로

저며낸 그림자가 시멘트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목장갑 속으로 손을 들이면 한 손가락도 빠짐없이

바싹 와닿는 가호(加護)는 누구의 것인지,

한 묶음 목장갑에서 한 켤레 목장갑을 빼내면

한 나절이면 피기름에 절어 벗겨질 기도를 하고 있다


쓰윽쓱, 야스리에 칼을 비벼대면 한 눈에 저며지던

기름 줄기와 갈변한 언저리와 부위와 부위의 경계들

하루만 죽여서 눕혀 놓으면 말끔히 손질할 것 같은

찌푸둥한 환락과 게으럼,이것도 저것도 아닌 주제들이

살아서는 두리뭉실 목숨을 접합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두려움이 내가 쥔 칼이라니,

투박한 믿음은 피하기를 기도하지 않아

뜨거운 것은 따스함이 되고 

시린 것은 시원해지고

베임은 스침이 되는 응답은 번번히 이루어지는데

피기름으로 떡이지는 사망의 골짜기에서 

한 잎 한 잎 붉은 꽃잎을 피워내고 

피비린내에서 건진 손을 승천 시키는 것이다.


바람에 날려 떨어진 목장갑 한 짝,

푹푹 삶아도 지워지지 않은 상처에서 피가 흐르듯

긴 실오라기 하나가 풀리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2-02 09:23:2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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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장갑, 시멘트 바닥, 야스리, 떡지다,......"
이런 현장감 있는 단어로 날것의 투박한 믿음을 노래하고 있군요.
믿음은 투박해야 맛이 있지요.
그 다음은 승천이 기다릴테니,
다만 내 손에 쥔 칼이 가장 큰 두려움이라니,
참 어려운 생입니다.
또 우리의 시이기도 하구요.
잘 읽었습니다.

젯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젯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나다니다 보면 상가 골목에는 한 두개 쯤 목장갑을 가득 널어 놓은 빨래건조대가 있지요.
그기에 어마무시한 시가 널려 있는 것 같은데도 포착이 잘 되지 않아 오래 낑낑거렸습니다.
 
기껏 잡은 놈이 이것인데, 두고두고 씨름을 해보고 싶습니다.

젯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젯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오영록 선생님, 과찬이십니다.

자꾸 눈이 그리로 가네요.
우리가 발견해주어야 할 것 같은 보석 같은 삶들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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