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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의 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레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750회 작성일 21-02-09 10:38

본문



씨앗의 일

 

 

사과에 나른한 그림자가 들고

햇볕이 쬐는 시간이 길지 않았던 오후


구름은 서성이다 비는 내리기 시작했다

낮고 길게 종이 짖었다

부서지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모래성을 쌓고 문을 닫으면

파도는 해안을 방문하고 조개껍질에 죽었다

유리에 손을 묻는다

유칼립투스 잎을 오물이며 날쌔지 않은

코알라의 목덜미를 잡고 바다로 내던지는


나는 속으로만 되뇐다

 

숲속에 고립된 배를 지키며

수평선으로 달리는 해를 피해 온 곳은

넝쿨이 자라고 나의 머릿속은 무겁게 채워져 갔다

백지라는 숲에 까마득한 기억들이 기록되고

길을 잃은 나와 그림자의 메아리


모래성에는 누구도 들이지 않았다

 

나무가 말을 하고 모래의 깨알 같은 속삭임이 들릴 때

가장 멀리 떨어진 곳 산호는 암초처럼 굳었다

갯지렁이의 걸음으로 눈을 깜빡이는 숨들이 있다

폭풍이 계절을 빗겨가고

낙엽 같은 눈이 내리는 모래성

발자국 웅덩이를 만들어 보고

그곳을 지나는 것들이 바람처럼 사라지면


그림자와 메아리 나는 속으로만 내렸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1-02-15 08:34:5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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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승윤님의 댓글

profile_image 승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좀 솔직하자면, 사이버 게시물들은 그냥 소홀히 읽게 되는데
여러 편을 읽어보았습니다.
공허한 소리는 싫지만, 내밀한 시의 모습이 참 좋습니다.
이따금 와서 전체를 천천히 묵독하겠습니다.
시를 쓰는 일은 외로움을 만드는 일이고 또 외로움을 견디는 일은 아닐지.
세상에 딱 한 명의 독자와 딱 한 명의 시인이 있다면
그것도 낭만이겠는데
"언어의 감각적인 힘과 지적인 힘 사이에 경이롭고 민감한 균형"
을 말한 발레리의 말처럼,
"존재하지 않는 어떤 건축물의 완벽하게 형성된 파편"이라고 정의했던 그처럼,
오직 언어로만 존재하는 그 기미와 기척에 대해
고민하는 시의 모습.
...
좀 더 솔직하자면, 아무 기대 없이 읽다가,
백수해안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듯이
팽팽하고 간곡한, 시의 선율을 보았습니다.
응원합니다.

泉水님의 댓글

profile_image 泉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은밀한 내면의 심상은 사실 쉽게 드러내길 꺼려하지만
자연의 흐름과 오버랩되어 진솔함 감정이 표출된 듯,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읽히는게 더없이 좋습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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