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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순례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694회 작성일 21-02-11 07:02

본문


 

기찻길 옆 실내포차 벽으로

10년 묵은 얼룩이 기어오른다

사군자四君子의 매화였다가 국화로

연기와 김의 흔적이 바뀌는 뜻은

봄이 아직 멀다는 것이겠지

주모酒母와 손님 한 명이 온종일

침묵으로 마주보며 막연하게 어떤 계절을

느리게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바깥에서 눈이 녹으면

데워진 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얼어붙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실내에도 겨울이 오고 여름이 가고

국화는 피었다가 지고 있지만

계절이 보이지 않는 물레방앗간에서

사람들은 기다림만으로 늙어간다

어묵 국물이 끓으면서 증발하여

세월이 흐른 분량만큼 물을 보충해야 한다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이들을 건드리면

벽의 문인화文人畫가 조금씩 다시 그려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1-02-17 10:38:4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도시의 붐비는 포장마차가 아닌
한 가움이 묻어나는 소도시의 정경의 포장마차
계절과 국물이 국화를 그리는
관찰의 섬세함과 세상사의 흐름이
그대로 기록되는 현상을 끄집어내는
깊은 안목과 따뜻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순례자 시인님!
 
조금

순례자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순례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동감이었습니다.
한가로움은 쓸쓸함보다 따뜻함으로 읽을 때에
더 깊은 의미가 살아나는 것인 듯하지요?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뜨듯한 훈기에 겨우 속이 좀 가라앉는군요.
포장마차 옆에 문인목 한 그루 크게 그려 넣었더니
포장 마차는 고옥이 되고 주모와 시인님이
선 문답을 나누는 멋진 절경이 되는군요.
다정하고 따듯한 글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순례자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순례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읽어 주신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문인목 식수까지 해 주시니
석류꽃 시인님이야말로 참으로
마음 따뜻하신 분이십니다.
답례로 꽃 한송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얼룩무늬 꽃은 결례이겠으니
후일로 미루겠습니다.

순례자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순례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학창시절엔 한때 문학도 흉내를 냈었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며 바쁘게 살았고,
지금은 나이 80을 앞둔 노후생활자입니다.
배우실 것은 없을 터이니, 참고인으로
생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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