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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주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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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03회 작성일 22-04-08 00:59

본문

어떤 연주회에서  


그 남자는 퍠허로부터 걸어 나왔으나 표정에 폐허가 없었다. 그의 피부의 일부가 되어 버린 돌은 늘 새하얗게 차가왔다. 그의 피리는 아치형의 허물어진 어느 자궁이었다. 그의 숨소리에서 폭죽소리가 들려 왔다. 그는 폐허가 되어 버린 돌무더기의 안에 있다가 밖으로 걸어 나와 돌무더기를 노려보는 하늘의 일부가 되었다. 그는 피리를 불기 시작한다. 


그가 피리를 불기 시작함에 따라 사막에 네모난 바위가 쌓이기 시작한다. 벽이 쌓이고 아치형 건축물이 놓이고 새까만 지붕이 덮이고 벽 너머 더 많은 벽들이 끝이 보이지 않도록 이어지고 돌쩌귀에 바위문이 놓인다. 사암(砂岩)을 깎아 만든 불꽃이 활활 타오르며 건물의 모서리에 내려 앉는다. 


그때였다. 

바위문이 왈칵 열리며 아이들이 뛰쳐 나온다. 

아이들은 눈이 뽑혀 있었으며 휑한 눈두덩이로부터 비명을 흘렸다. 

까마귀들이 쫓아가면서 아이들 맨발로부터 발톱을 뽑았다. 

그 다음으로 어머니들이 뛰쳐 나왔다. 

자궁이 적출된 열린 배를 부둥켜 잡고 염증에 하반신이 날아가 버렸다. 


남자는 이미 자신의 폐가 되어 버린 피리를 호흡한다. 피리 소리 대신 염증이 새어 나온다. 염증 안으로 바위들의 뼈가 가늘디 가늘게 가라앉는다. 너는 유리창 바깥에서 그 안쪽의 널 바라본 적 있느냐. 네 안으로부터 빗물이 뚝뚝 듣는 새빨간 우산을 펼쳐 본 적 있느냐. 너는 밤하늘을 가득 채우며 조용히 자전하는 은하수의 일부가 되어 절규해 본 적 있느냐. 너는 네 누이의 신음 속에 한없이 따스한 오줌줄기 속으로 익사해 본 적 있느냐.


남자는 연주를 마치자 건성으로 인사하더니 무대 장막 안으로 사라져 버린다. 

빈 무대 위에는 그가 뽑아 놓고 간 눈알 둘이 덩그마니 놓여 있었다.  

청중석에 앉아 박수를 치다가 내 주변을 보니

눈알 없는 아이들과 자궁 없는 어머니들이 날 에워싸고 

새하얀 사암(砂岩) 덩어리로 사막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4-11 08:15:1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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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읽으며
조각의 파라곤
회화의 파라곤
그 분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얼굴 속에 저의 얼굴도 겹쳐 보이곤 합니다.
거울 속에는 나르시시즘에 얼룩진 박쥐 한 마리가 어둠의 가장자리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저 아득한 폐허 속에 익사하고 픈
저의 모가지를 잘라 빈 마당의 대나무 바지랑대 꼭대기에 솟대처럼 매달아 놓고 싶습니다.
까마귀떼가 날아 와 저의 눈깔을 부리로 쪼며 파먹는 상상을 하다 갑니다.

이 밤,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凶이 이루는 생명 힘을 추적하며 지구의 의지가 다가서게 했습니다
魔가 이루는 생명 활로를 열며 자연 의지에 다가서는 있음을 추적했습니다
추적하며 나꿔채려 하며 소산되는 흉과 마가 하나 가득 얼의 중심에 섰습니다
생명 힘과 생명 활로를 어루며 여는 참혹함이 소산되어 자기 얼의 중심 축이 되려 했습니다

용출하는 염력이 가능함의 한도를 증폭하여 생명 환희를 즐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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