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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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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448회 작성일 22-07-23 00:56

본문

앨리스 I

 

 

그 남자 서재의 책장은 얼마나 길었는지 한 부분이 주홍빛 석양에 담뿍 잠기면 다른 한쪽은 길디 긴 페이지의 

출렁임을 따라 거울에 못 박힌 복도의 검은 무의식 속으로 스러져 가는 것이었다. 


검은 허리 잘록한 그리스 처녀들의 무의식 속으로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오색 찬란한 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긴 복도에 난 창 너머로 바라보면 지평선 한가득 보이는 바다가 임신해 가는 포도알들을 위해 손뼘을 비워 놓았다. 까마득히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져가는 신음소리가 에메랄드

빛깔이었다. 


무한 속에 우뚝 선 금빛 

나체의 두 그루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에메랄드빛 바다를 똑바로 쏘아보고 있었다. 

 

남자가 책장 서랍 잠그는 것을 잊어 버린 날이면 토끼 한 마리가 토굴로부터 뛰어 나왔다. 신들 사이에서 숨 쉬면

인간의 존재 따위는 희미해져 버리는 것을 모르고, 남자는 자신의 침대맡에다가 라파엘로를 갖다 놓았다. 라파엘로부터 몰리에르까지는 빛의 속도로 하룻밤이 걸린다고 한다. 후두암에 걸린 노배우는 시를 쓸 수 없었다. 그의 성대처럼 거세된 탑 어딘가에

벌거벗은 앨리스가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르는 일이었다. 자신의 침대보 한 쪽을 들추면 청록빛 파랗게 눈의 결정이 빙빙 돌아가는 아라베스크의 오르가즘. 앨리스의 망막 안으로  

초판본 속 앨리스는 파아란 알약을 삼켰다.    

 

붉은 망아지.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그 잔등을 손으로 가만 쓸어 보면 내 손은 또 얼마나 떨리던지. 저 음침한 석벽 어딘가에 문이 숨겨진

부엌에서 갓 구워 낸 레몬파이같은 김이 모락모락한 

회중시계를 들고서 앨리스는 복도를 따라갔다. 무지개의 자식들같은 

아이들이 강간 당하고 있는 전쟁터, 아니, 

그것은 내 기억 속 착각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것이어서, 

앨리스의 새빨간 벨벳치마 속 수많은 계단들이 

내 삶의 한순간 한순간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7-26 09:05:0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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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물이 내어주는 영적 존재감이 형상이 주는 이질감과 융화적 복합성을 이뤘습니다
관념이 만드는 벽을 부수는 정적인 열변이 혼을 부어 창작하던 여타의 우수와 간극을 두었습니다
내면이 모순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활성화되어 내세에서 조우하는 신성 아름다움을 별리와 함께 안았습니다
혼돈이 만드는 질서를 통찰력으로 놀리면서 궁극적인 입체적 존재감을 내어주었습니다
아름다움의 혁신이 다가왔습니다

가늠되는 거멈 율에 대한 고찰에 자만의 풍부함으로 생략이 있었습니다
자연이나 신성이 내어주는 없음에 대해 격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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