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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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살짝
부딪칠뻔한, 인도에서
그대로 멈춰라
부르짖듯 지레 기겁
황급히 손을
빼다가
‘아임 쏘리
써어!’ 라 저 먼저 하니, 외운 대로
‘노 프라블럼’ 이라 자동응답 했는데
언제 헹궜는지
모를 검은 파뿌리 밑으로
안 씻어
더 맑디 맑은 크은 눈망울로
깡도 말라버린
수수깡 같은 몸으로
그냥 내도록
웃고 있는 아이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때
뒤로도 조붓조붓
준비 됐나요? 노! 노! 노노! 노!
‘참!새! 짹!짹!’ 뭔 소린지 알 리 없는
몬테쏘린
당연 알아서도 안 되는
내내 얼척없이
프라블럼
보듬은 세상
꽃밭에는
잡초도 모-여 살기에 내가
틈에 찡긴
내가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래 내
알 바 아니라고
휑하니 횡단보도로
들어서는데
그래 그래
더 뒷골은 당기는데
난데없이
난감한 기차는
칙칙 지나치고
먼지알도
굴절되던 건너, 마른하늘에
햇빛은 푹푹
더 짜앙
나던
잠시 오래
댓글목록
한드기님의 댓글

한 때 비슷한 상황에서 동전을 구걸하던 아이
없어 거절했더니, 손등을 치고 가니.
바로 손이 가려워지기 시작… 옴이 옮겨 붙었던 기억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하는 일이라고 자위하면서 투덜투덜,
무심히 하던 작은 적선도 이후로는 자연스레 주춤… 그러던 중 …
<사족>
글을 써도 늘 참
진중하지 못하고
자꾸 긁적이고
나쁜 버릇 드는 듯 그러나 … 가벼운 치기일지언정 이것도 일종의 취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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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지 않는 사람에 대한 다섯 가지 해석
/ 정한용
흙먼지가 지나가고
흰 소와 검은 소가 천천히 지나가고
한 독일여성이 이십 루피를 던지고 지나가고
짜이 냄새가 스치듯 지나가고
정신없이 울리던 차량경적소리 사이로 짧은 침묵이 지나가고
그 틈에 끼어 내가 지나가는 사이
그는 고요하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가부좌를 튼 채 오래 앉아 있다
1) 그는 죽은 것. 천 년 전에 굳어 바람의 화석이 된 것. 몸속에 온갖 번뇌와 욕망이 쌓여 단단한 사리로 채워진 것. 침묵만이 배고픔을 휘젓고 살아 있음을 확인해주는 것. 그래서 껍질을 살짝 건드리면 포르르 먼지가 되어 가라앉는 것.
2) 지나가는 것들을 볼 때마다 몸을 말려 이제
얼굴이 종이처럼 희고 뼈조차 활처럼 휜다.
3) 숫자를 센다. 0에서 출발해 우주를 한 바퀴 돌고, 그는 다시 돌아오는 중이다. 그가 결국 닿은 곳은 텅 빈 곳. 고양이 울음 같은 곳. 불길에 몸들 태우고 한 줌의 재를 강물에 뿌리면, 새벽안개가 다시 거둬주는 곳. 반환점을 돌았으니 다시 오래 더 앉아 있어야 한다.
4) 몸을 두고 생각을 날려 보낸다.
아스라이 설산이 보인다.
거기에 우리 약속이 새겨져 있다.
5) 두려움일 것이다. 그는 어제도 굶고 오늘도 굶고 내일도 굶는다.
기쁨일 것이다. 그는 지금 지우개로 자신을 지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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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들
/ 문성해
한 손에 아이를 안고 내민 그것들
햇볕 속에 얼마나 뒤집어 보았던 것인지
흑요석의 눈동자보다 더 그을려 있네
뭄바이에서 내가 최고로 많이 본 것
오목한 입술이 들어 있는 것
달싹거리는 입술이 달린 손바닥을 본 적이 있는가
손에 딸린 바닥으로
여인들은 더러운 땅바닥을 짚고 있다가
여행객을 만나면 뒤집어 보였네
화려한 구걸의 말도 없이
거부당하는 데 익숙한 표정들이
그 흔한 욕도 없이 돌아서면
도시는 또다시 조용해졌네
손에 달린 혓바닥을 본 적이 있네
가문 저수지 바닥처럼 금이 가 있었네
이옥순님의 댓글

먼 나라에 계시는 한드기 시인님
잘 계시지요?
제가 오지로 이사를 오니
가난한 동남아로 이민 온 기분이랍니다.
차 없으면 무척이나 불편하고 주말 아니면
아이를 구경 할 수조차 없고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것이 맑은 공기 속에 산다는 것을
위안을 삼고 있지요
이런 오지도 타지 사람들에 관심 속에 점점 각박해가는
현실이 안타깝답니다
저야 자칭 성격이 좋아 경로당 할머니들과 십원짜리 화투를
쳐 주는 바람에 후한 대접을 받지만.........
못 견디고 떠나는 사람도 있답니다
좋은시 쓰기는 어렵고 시골을 동경 하는 사람들에
공감이 가는 시는 종종 써 보겠습니다
늘 건강 하세요^^
한드기님의 댓글의 댓글

먼 나라에 있어도 시마을은 일 초도 안 돼서 닿습니다.
도착이 들쭉날쭉 할 뿐이죠. ㅎ
전원생활 적응 잘 하시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저의 소박한 꿈은, 여기서 자리 잡아서
일년에 한 달은 한국, 한 달은 인도
이렇게 살아보는 것입니다. ㅋ
이리저리 굴리고 해서 쪼금은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알콩살콩하고 풋풋한 시
많이 기대됩니다.
댓글 감사드리며
건안하시길요.
현탁님의 댓글

캄보디아에서 그런 아이들을 보았네요 관광객을 상대로 구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떤 엄마는 아이를 대리고 나와서 구걸을 하고 인도에도 그런 아이들이 있겠네요
캄보디아나 다름이 없겠죠? 그러네요 그들에겐 이방인이니 잡초이기도 하네요 ㅎ
이곳은 장마라서 비가 오네요
어느정도 해갈이 된듯 한데 폭우만 아니면 이것도 괜찮네요
즐거운 일만 있으시길요
한드기님의 댓글의 댓글

여긴 다시 찌뿌듯하네요.
날씨만큼, 아니 인도인 습성만큼 ㅎ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는 나날입니다.
벌써 반 년이 훌쩍... 마음도 훌쩍
그래도 또 추스려야...
밍숭한 글에 댓글 고맙구요.
한 주 시작입니다.
열심히 뛰어봐야죠. ^&^/
김태운.님의 댓글

무더위에 칙칙하기까지 한 모양새입니다
꽃밭에 끼인 잡초들...
어쩜 내 자신도 잡초일지도 모르는데..
어쩜 불쾌지수고 뭐고
노 프러블럼이라...
오독오독 씹어봅니다만
습한 짜증의 훼방이네요
무척 덥군요
감사합니다
한드기님의 댓글

한국에 자주 다녀오는데요.
서울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여기에 비하면 세발의 핍니다. 정말...
제가 사는 첸나이 일년에 8십만명씩 불어나고 있습니다.
곧 여기도 천만 도시를 찍을 것 같습니다.
길거리 거지들을 수시로 확 데려가는지 모르지만,,,그런 인구 증가에 비해
그 옛날보다는 많이 줄었습니다만 아직도
제 글처럼 도처에 많습니다.
솔직히 피해 다니죠.
한 생이 나고 죽음이 저러한 것을 볼 때마다 더러
칙칙한 이 이승이 뭔지 참 요지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는 늘 제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