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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겨우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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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려그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7회 작성일 16-07-04 18:19

본문

나의 겨우사리 / 그려그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밤에

막국수 한 그릇에 주린 배 채우고

부산 행 완행열차에 몸을 실으면

간간이 스쳐가는 상행성 열차들 속에서

창가에 머리를 기댄 사람들을 볼 때마다

좌절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가슴 때린다.

난 또 왜 하행선 열차에 올라 왔을까?

 

 

어둠이 내린 들판에는

풀들이 빗물에 산발을 한 채

서로 엉키며 몸부림 질을 한다.

마치 부당한 공권력을 향해 저항하는

비폭력주의자들 같이 스크럼을 짜고

폭풍에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무더기로 달려왔다 사라져 가면

목적 없이

하행선을 타고 달리던 난

풀 그림자들 드리우고 쓰러져버린다.

 

 

감성이 사랑으로 바뀔 때 마다

욕망이 흰 살결 드러내고 유혹해도

사랑이 증오로 바뀔 때마다

거칠게 자라난 뿌리들이

벌판에 굳게 박힌 풀처럼 박혀

가슴에 품은 날선 칼이

방향제 같은 관계들을 잘라내고

긴 터널의 통로를 향해 날을 겨눈다.

그럼에도 작은 외로움도 견디지 못해

하루에도 몇 번씩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나

나의 이런 고독한 겨우사리 동안에도,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 맘이 시린

어두운 벌판의 풀들이 일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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