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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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광나루
할머니, 연세가요
팔십 팔이제 영감탱이 죽고 벌써 이십년 되야부렀네
영감 있을 때는 나도 괜찮했었는디
폐품더미 속에 꽃 한 송이 의자 위에 앉아 있다
웃는 입가에 지나온 길들이 박혀 있다
미소 사이로 몇 개 안 남은 누런 이빨이 햇빛에 반짝인다
고급 정원이 아니어도 환한 미소를 품은 꽃
내가 건네주는 작은 빵 한 조각에도
그저 고마워 펴지지도 않은 허리를 세우면서 감사 감사를 수차례 한다
아기처럼 아장아장 걸으면서도
폐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 흔적들이 온 마당에 가득하다
자식 오남매 낳아 시집 장가보내고 잘 살고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좋아 고향을 지키는 꽃
어서 죽어야 할 텐디
한 숨은 깊어지지만
갈망하는 삶의 외침이 녹아내리고 있다
원함을 말하지만 원하지 않는 것이 저승이려나
시들면 시든 대로 향기 품은 꽃
구부러졌어도 아직 살아있는 꽃이다
댓글목록
잡초인님의 댓글

구부러 졌어도 살아 있는 꽃
우리 어머니들에 삶인것 같습니다
아련하게 다가오는 그 어머니에 품속
그향기를 느낍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