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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광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79회 작성일 16-03-24 11:28

본문

꽃/광나루

 

할머니, 연세가요

팔십 팔이제 영감탱이 죽고 벌써 이십년 되야부렀네

영감 있을 때는 나도 괜찮했었는디

폐품더미 속에 꽃 한 송이 의자 위에 앉아 있다

웃는 입가에 지나온 길들이 박혀 있다

미소 사이로 몇 개 안 남은 누런 이빨이 햇빛에 반짝인다

고급 정원이 아니어도 환한 미소를 품은 꽃

내가 건네주는 작은 빵 한 조각에도

그저 고마워 펴지지도 않은 허리를 세우면서 감사 감사를 수차례 한다

아기처럼 아장아장 걸으면서도

폐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 흔적들이 온 마당에 가득하다

자식 오남매 낳아 시집 장가보내고 잘 살고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좋아 고향을 지키는 꽃

어서 죽어야 할 텐디

한 숨은 깊어지지만

갈망하는 삶의 외침이 녹아내리고 있다

원함을 말하지만 원하지 않는 것이 저승이려나

시들면 시든 대로 향기 품은 꽃

구부러졌어도 아직 살아있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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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잡초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잡초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구부러 졌어도 살아 있는 꽃
우리 어머니들에 삶인것 같습니다
아련하게 다가오는 그 어머니에 품속
그향기를 느낍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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