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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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에게
블럭모서리 네모 난 틀 안에서
거두지 못한 인연들이 있다는 듯
뿌리들이 이리저리 서로의 몸을 붙들고 있다
뿌리는 生을 다하는 그 순간까지
저 두꺼운 외투를벗지 못하리
한 번도 밖으로 내 딛지 못했던 뭉툭한 발
걸음걸이도 모두 맞춘 것처럼 가지런하다
물 밖으로 나온 폐선이 천천히
몸을 누이며 세월을 건너가 듯
뿌리는 거두지 못한 인연들을 둘둘 말아
아래로 아래로 깊이 뭍어 두고서
울음이 봇물처럼 툭 터지는 그런 날이 오면
그 인연들을 하나씩 둘씩 꺼내 놓고
온 몸을 흔들며 그리움을 삭혔을 것이다
겨우내 곁을 지키던 이파리들에게
바람이 지나는 길을 물어
햇살 받은 따스한 바람이 지나는
그런 날이 오면
다시 파란 이파리로 그 많은 인연들을
되돌려 놓았을 것이다.
댓글목록
잡초인님의 댓글

거두지 못한 인연을 말아
아래로 아래로 깊이 묻는 뿌리
그리움을 파란 이파리로 흔드는 세월
그 깊이에 머물다 갑니다
감사 합니다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파란 이파리로 되살려 놓는 힘~
뿌리의 힘일 겁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섬세한 정서에 순한 뿌리의 이미지가 아주 맑습니다.
편한 밤 보내세요. ^^;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끝없이 우리를 되살리는 부모의 생을 잠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편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