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팔로와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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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버팔로와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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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보르
사우스 다코타에서 그가 엽서를 보내왔다
빨간 우체통 앞에서 망설였을 그가 보인다
바다를 건너가야 할 우표의 여로가 걱정되었을 것이다
풍장은 기억을 남기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그는 안다,
때로는 헛걸음이 담배나 독한 술보다 낫다는 것을
맨발로 샛강을 건너다가 얼음이 된 원주민
발끝을 잡아채는 무거운 안개, 풀이 끈질긴 이유다
키티호크 불 붙은 돌이 날아간다
운디드니에 묻힌 깃털모자가 같이 날아간다
수우족이 달을 에워싸고 두드리던 북소리
뚫어진 구멍이 없는대도 소가죽은 제 소리를 낸다
코요테 무리가 혓바닥으로 생령을 모은다
벌목장에서 개가 짓으면 늑대가 꼬리를 세우고
따라서 운다, 그런 날에는 피를 식히려는 뿔들이
어둠을 집어삼킨 세콰이어를 들이받았다
부러진 다리와 등뼈를 끌고가는 뿔들이 있어
문명어의 말이란 야성이 묻어나는 뿔들만 못하지
고열을 견디다 못해 저 폭발하는 보일러,
들짐승의 심장, 식은피는 결코 이르지 못한다
신열매를 화살촉에 바르고 떠난 아들은
오늘도 돌아오지 않았고,
낮에만 별을 보는 점성술사는 깨진 유리를 먹고 산다
붉은뺨멧새가 샛강 봉황목 가지에서 제 그림자에 기대고
빈 경작지에서 독수리 발톱이 지평선을 움켜쥔다
철로가 들어오면서 떠난 딸들이 눈발로 돌아오면
점성술사를 대신한 주술사가 봉황목 북채로
농어의 아가미를 때린다, 돌려주렴 돌려주렴
질주하는 뿔들이 떠받치는 하늘은 가볍다
독수리의 이마를 붙들고 돌아오는 딸들
가죽신의 얼룩이 쉬이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본적을 상실한 딸이 황무지를 밟을 때,
샛강은 이미 허연 콧김들로 뒤덮혀서
주술사의 몸짓은 뿔처럼 격렬하다
불이 흔들리고 땅이 갈라지고 풍장이 일어선다
긴 여행은 늘 입석에서 출발하고 입석으로 돌아온다
첫걸음처럼 두번째도 신선하기를 바라는 욕심은 버려야겠다
모니터 바탕화면을 그가 보내준 사진으로 바꿨다
여백에 콧김이 작렬하고 해일이 몰려온다
댓글목록
시엘06님의 댓글

시의 외연이 넓어지고 이질적인 풍물에 상상력이 자극을 받네요.
사진으로 야생을 살려내시는 힘이 압권입니다.
버팔로가 지축을 흔들며 달려오는 것 같네요. 수많은 풍장이 쓰나미로 옵니다.
멋진 시에 취하다 갑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과찬에 부끄럽습니다.
절반으로 줄였는데도 통일된 맥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좀 더 긴밤이 필요하겠지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이경호님의 댓글

대단한 상상력을 소유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사바나나 툰드라 또는 정글을 막 헤집고 다닌 듯 합니다.
대단한 에너자이저시네요, 진정....
시앙보르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이미지 중첩이 심해서 거품들 조금씩 다듬겠습니다.
이 시인님의 열정에 늘 감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