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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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2
시퍼렇게 틈이 갈라진 목소리
기억의 노랫가락을 붙들고 실랑이를 친다
소리의 파장 같은 할머니의 하소연으로
이쪽저쪽을 오고 가던 말의 발이 위태롭게 삐꺽거린다
할머니의 소리 창고는 소리들이 점점 외출이 잦아
걸핏하면 음의 높낮이가 수시리로 이탈하는 음계에서
낯선 악보 한 장조차 낯선 숨바꼭질 하며 노랫말을 잊는다
첫째를 순산할 때 고래고래 악을 썼던
두렵고도 감격스러웠던 비명이 만개한 벚꽃 길에서
멍하니 서서 배회하면서 길을 잃고 있었다
열 자식에게 젖꼭지 빨렸던 한 놈 한 놈
찾아낼 때마다 눈물 소나기가 우르르 흘러내렸다
지금도 꿈길같이 나붙기는 머릿결을
참빗으로 빗어 낼 때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 길 따라가는
할머니의 노랫말이
갈지자로 새어 나온다
슬픔의 곡조는 끝에 가서야 거친 숨결이
마지막 음계로 내 가슴을 때린다
댓글목록
쇄사님의 댓글

여섯 '자식에게 젖꼭지 빨'려
빼빼마른 엄니
몸은 죽었는데 정신은 초롱 같아
차라리
살짝
치매라도 왔으면
고통이 덜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사실은 내 고통을 덜려는 속내.....
지난 주의 얘기지요.
감상하고 물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