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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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秋影塔
삼지창으로 코를 꿰듯
봄볕은 모여, 모란의 살갗을 뚫어 기어이
두릅의 순같은 새 싹을 꺼내고 마는데
천리향 십리를 못 벗어나 코 끝에 날아와
앉아 머무는 봄날
묵은 가지 끝마다 뾰쬭히 내민
너는 첫차를 탄 모란의 족속
몇 송이 꽃을 위해 잎 먼저 펼쳐 따가운 5월의
차광막으로 펼치기 위해 분주해진 한 세상,
모란의 가정사를 들여다본다
몸 안의 필연으로 세상의 우연을 만나게 되면
너는 꽃이고 사랑이고 또 슬픔이어서
향 맘껏 피울 때, 너를 만난 죄만큼
내 봄이, 세월이 또 짧아지겠다
명明을 낳고 멸滅을 사산할 5월을 준비하는
모란이 벌써부터 가여워지는 4월
댓글목록
callgogo님의 댓글

표현이 참으로 귀 하십니다.
'명明을 낳고 멸滅을 사산할 5월을 준비하는'
멋집니다.
저는 이삿짐을 꾸렸습니다.
복된 하루 되세요. 추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글을 읽었습니다.
봄날의 이사, 좀 설레겠습니다.
어디로 가시는지요? 설마 여름 쪽으로
이 화창한 봄을 두고 가시지는 않겠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
두무지님의 댓글

결국 세월이 무상타는 이야기 같군요
피고지는 꽃 속에 엮어지는 시인님의
마음도 아름답기도 하고 조금은 복잡 하기도
합니다.지고나면 그만 인데 그놈의 꽃 한송이
바람을 일으키고 가네요
건필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향은 좋지만 모란은 꽃보다는 잎이 훨씬
무성합니다.
잎은 마치 꽃을 가려주기 위해 돋아난 듯···
4월 한 달이면 잎은 거의 다 돋아납니다. 꽃을 더 잘 보기 위해 잎을 솎아주기도 합니다.
꽃과 인간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래저래 세월은 가는데···
*^^
김태운.님의 댓글

4월 채 밟기도 전에 차버리고 아직인 5월만 반기시는 것 같군요
4월 멸하기는커녕 명명백백 아직 창창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4월이 가만있겠습니까?
누구처럼 반격을 모의 하느라 파란 싹들이
저리도 수런거리는데··· ㅎㅎ
감사합니다. *^^
한뉘님의 댓글

올 봄 모란은
조금은 길게 갈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아쉬움 없이
희망으로 다가올 봄이라
믿어 봅니다^^
사라질 모든 것들
쉬 가기를 바라며
훈풍의 봄 기운 가득 가득
넘치길 바랍니다
모란이 더디 가는 봄이길
좋은 밤 되십시요
추영탑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어쩐지 이 봄은 좀 머뭇거리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걸어 온 여정만도 역사의 한 귀퉁이를
벗어나 가장자리 한 뙈기를 덮어 버릴
정도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대로 가고야 말 봄이지만... ㅎㅎ
감사합니다. 한뉘님! 이슬비가 내립니다.
또 천 날의 한이나 슬픔은 아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