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세상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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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세상 맛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거리로 나왔더니
모든 게 낯설다
홀로 바닥에 떨어진 포도알이
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포도송이를 올려다보는
심정이랄까
딱히 갈 데도 없는데 배가 너무 고프다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도시락으로 때우기는 싫다
그렇다고 소문난 맛집은 더더욱 싫어
인적이 적당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간절한 바람과 다르게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는 쭈뼛 서 있다가 종업원이 이끄는 데로
일면식 없는 연인과 같은 테이블에 합석한다
쉼 없이 연인들이 주고받는 살가운 말들을 외면하며
코팅으로 박제된 유명 인사들의 사인과
벽에 빼곡히 적힌 훈장 같은 문구들을 흩어본다
‘이 세상 음식이 아님’
얼마나 맛있으면 저렇게까지 표현했을까
음식을 먹는 연인들의 그칠 줄 모르는 감탄사에
군침이 돌고 허기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드디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한번 맛보고는 바로 알겠다
곁에 너 없이 먹는 음식이 어떤 맛인지
댓글목록
등대빛의호령님의 댓글

이 세상 음식이 아님! 이라는 화두에서 제목이 생각나서 실소가 터졌는데 마지막 한 줄이 비수네요
김진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tang님의 댓글

행복은 선경을 넘어 있다는 구호가 선연한 아름다움을 넘습니다
홧팅하며 가는 세상, 그리움을 넘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