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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수건이 장농을 손잡이처럼 붙들고 있다
궁금증이 있는지 노란 목이 손잡이를 당긴다
주황색이다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었다 넘어진다
보이지않는 축축함이 바닥 위로 흥건하다
바닥은 세로로 두번 가로로 한번 금이 가 있다
달걀 노른자를 으깨놓은듯 잘 닦아놓으니 서있는
것들을 거울마냥 은은히 비춘다
서랍장에 책들이 쏟아진다 읽지도 않은 책들은
제목을 보니 성공기를 위해 쓰여진 성공한 날개로
펼쳐져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중에 읽은 책이 없다
어디를 향하든 쏟아지는 책에서 곰팡이 냄새가 난다
낡은 디지털 피아노에 눌러진 건반이 반쯤 올라와 멈춘다
취미를 잃은 노파가 오래 되었다 시간은 노파에게 천천히 흐르고
곧 웅장한 아다지오가 흐른다 반은 즐거운 음으로 반은 절망을 딛고
올라선 전사처럼 노래한다
선풍기가 노랗다 모든건 노랗다라는 갓지어낸 논문처럼
시간이 지나면 모든게 노랗게 변한다 병아리는 태어나기 전엔
노란 달걀이었을까 궁금하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달걀을 깨본다
노란달걀을 찾기가 쉽지 않다 텅텅비어 있다
몇번을 갸우뚱 거린 뒤에야 방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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