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씨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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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씨때
꽉 잡은 손으로 얼굴을 묻었다 낯익은 포르말린 냄새가 났다 아침저녁 살충제를 마시고 제초제를 게워내는 사람들 세상은 친절하게도 무중력을 동반한 골고다로 길을 낸다 십자가의 길 그 밑 잘린 둥치에서 사색하는 착각과 착시와 착란의 편린들 오늘도 일과를 마치고 크레바스의 한적한 꽃길을 아웅다웅 걸었다 나는 소리쳤다 "야, 개 같은 것들아 보이느냐? 나 여기 있다. 한 판 붙자.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길섶으로 코스모스의 날조된 항해 기록이 빗발친다 부러진 어금니를 꽉 물고 늘어진 늙은 사내가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염습을 하고 북두칠성 그 아름다운 처녀림으로 길을 낸다 거미가 몰고 온 널빤지를 닫고 천광석으로 어둠을 못질한다 어둠 속 스키드 마크를 따라 간 막차의 경적소리, 거먼 둔치에서 들개의 울음소리가 어둠을 콸콸 사른다 삼거리 건널목을 지날 무렵 무리를 벗어난 허기진 들개 한 마리가 나의 늑골을 물어뜯고 내장을 샅샅이 발라 먹는다 유등이 벌겋게 강물로 번져 물녘이 활활 타오른다 갠지스가 탄다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마지막, 갠지스가 탄다....압권입니다요..
온 몸이 다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침 기온이 참 좋습니다. 환청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풀벌레 소리가 나는 듯하고
벌써 매미가 우나 싶기도 하고
더운 날씨입니다. 오늘 하루도 더위 조심하시고요
벌써 주말이라니, 주말 아무쪼록 건강하셔요
콩트 시인님,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시인은 홀로 높고 외롭고 쓸쓸하게
올곧게 극한까지 가 보는 자인 것을,
나이를 먹다 보니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세상과의 적당한
거리를 두고 타협과 아집으로 물든
속물근성이 꿈틀거리는데
이것을 또 철학이라고 포장하며
떠들어대는......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누가봐도 졸글인 제 글을
늘 좋게 읽어 주시고
좋은 말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인님께서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grail200님의 댓글

콩트 시인님, 훌륭합니다
시가 살아서 숨쉬는 느낌입니다
무르익은 시인의 얘기에 모방이 없습니다
드디어 자신만의 길에 올라섰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어떤 누구도 시인님의 시에 감히 졸작이라 얘기할 수 없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저의 졸글을
늘 좋게 읽어 주시고
좋은 말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밤도 평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