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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3회 작성일 21-11-26 18:43

본문

점(點)

 

- 비수

 


나는 점이다

사막의 모래알이나 공중의 먼지나 다름없는

그런 점이다

너와 내가 멀어질 때

마침내 사라지는 건

너의 점이지만

비로소 분명해지는 건

나의 점이다

 

그런저런 인연의 점들이 나의 점 속 뇌리를 기웃거리거나 얼씬거리는 순간

지난날 사라져버린 모습들이 망막으로 이슬처럼 맺히며

영상으로 되살아난다

 

특히, 요즘처럼 홀로 앉아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혹은, 드러누워 천정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

그런저런 점들이 자꾸만 자라나 머리를 어지럽힌다

어수선한 상황을 탈출하고자 옥상에 오르면

먼 산 위로 그려지는 근친의 초상들이며

이미 죽었는지 아직 살았는지 모를

인연들의 점과 점의 표정들

구름 속을 들락거린다

 

그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나도 끝내 사라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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