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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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검은 청설모가 아침부터 젖은 흙과 잔디와 참나무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어젯밤에는 이를 갈며 스스스하는 울음소리를 밤 새 내더니 말이다.
전에는 보일 듯 보이지 않고 후다다닥 소리만 들려오더니
이제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본 체 만 체 흙 속에 묻어 놓은 도토리알들 찾는 데 열심이다.
귀 하나와 눈동자 하나 그리고 얼굴 반 편이 없다.
연이는 밤 새 기침을 했다. 내 폐는 피고름을 쏟았다.
얕은 물의 입자가 허공에서 천천히 지붕으로 내려온다.
무게 없는 깃털과 내 심장의 고통을 저울질할 생각인가 보다.
고양이 한 마리가 차로에 납작 찌부러져 죽어있다.
빨갛게 뺨이 물든 나뭇잎들 서걱서걱 뭉게구름 사이에 숨어
예리한 유리조각들 내 폐 속에 흘려 넣는다.
황홀한.
댓글목록
바리움님의 댓글

아이가 상수리나무 위로 돌멩이를 휙 던졌어요 청설모가 다람쥐를 다 잡아먹었다고 투덜대며 숲속이 쓸쓸하다고 재미없다고 그렇게 떠나가 버렸어요 오늘 아침 난 복합골절을 앓고 있는 상수리나무 뿌리 속에 알밤을 감춘 비밀뿐인데 아이는 나더러 다람쥐를 다 잡아먹었데요 무고를 밥 먹듯 저지른 어른들에게 아이도 무고하는 법을 배웠나 봐요 조금은 화도 나지만 내가 숨겨 둔 열매를 다람쥐가 가끔 훔쳐 가지만 그래도 참고 견딜 거예요 저물녘이 오면 아이도 내 마음 정도는 알아줄까요?
아, 얼마 지나면 겨울이 오겠죠
오늘 아침에는 검불 속에서 낯설지 않은 시취가 코끝에 맴돌아요 바륨처럼 아침의 경련 속으로 빠져들어가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침의 시작을 기분 좋게 하게 되네요.
삼생이님의 댓글

미 완성의 작품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미완성의 작품을 좋아 합니다. 강요 없이 그저 내 영혼에 맡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회에 출품 하시려면 결말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훌륭한 작품입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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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너무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점 유념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